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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의 한글간판(프리즘)

입력
1995.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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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주 퀸즈와 뉴저지주 포트리 일대는 미국 동부지역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한국말로 된 각종 간판을 만나는 일이 전혀 낯설지 않다. 좀 부풀려 말하면 1년 3백65일 영어 한마디 안해도 살 수 있는 동네다. 이 일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한국말 간판은 음식점 간판이다. 어딜가나 먹는 것 만큼은 못 바꾸는 한국사람 특유의 습성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눈길을 끄는 간판은 학원 간판이다. 영어 수학에서 음악 미술 체육학원까지 다채롭다. 식성만큼이나 끈질긴 한국인의 교육열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예·체능 학원과 방과후 숙제등을 돌보아주는 학원들은 대체로 분위기가 느슨하지만 입시학원들은 한국 못잖게 열기가 뜨겁다.

 이들 학원은 대부분 비싼 돈에 현직 교사를 강사로 채용한다. 그래서 학부모를 통해 부수입 자리 알선을 부탁하는 미국인 교사들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이민온지 얼마 안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가정교사도 있다. 대부분 미국인이지만 개중에는 미국생활을 오래 한 한인 고등학생과 중학생「교사」도 있다.

 여기에 집으로 배달되는 과외지와 학습지도 학교밖 공부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 정착한 사람들은 자식의 명문대학 진학을 목표로 일찌감치 과외의 길로 들어서고, 해외근무자들은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아이들이 뒤처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학원을 찾는다.

 한인들의 과외열풍을 마땅찮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다. 한국에서 그만큼 했으면 됐지 미국까지 와서 그럴건 뭐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래, 그렇게 해서라도 미국 사회의 주류로 진출하는 한인들이 많아졌으면』하는 바람을 갖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내 자식만 잘 되라」는 한국의 과외야 아무리 해봤자 제로섬 게임이지만 미국에서야 하면 하는 만큼 남는 게임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다.<뉴욕=홍희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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