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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전자사,시드는 할리우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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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전자사,시드는 할리우드 꿈

입력
1995.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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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시타 1,000억엔 밑지고 MCA매각/“영화산업도 지배”… 87년 소니 필두로 속속 미상륙/폐쇄적 인맥·투기성 앞에 일본식 경영 끝내 “쓴맛”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을 겨냥한 일전자사의 할리우드 진출붐이 주춤하더니 마침내는 뒷걸음질치기에 이르렀다.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업체인 마쓰시타(송하)사는 지난 11일 미국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MCA를 캐나다의 시그램사에 넘긴다고 발표했다. MCA사는 「조스」「E·T」「쥬라기 공원」등을 제작한 유니버설영화사를 비롯해 유니버설 스튜디오, MCA―TV, MCA레코드등을 거느린 기업이다.

 소니의 콜롬비아영화사 합병에 이어 일전자회사로서는 두번째로 MCA를 전액매수했던 마쓰시타사의 이같은 결정은 「멀티미디어 산업에의 본격투자를 위한 재원확보」가 외형상의 이유지만 실제로는 할리우드에서의 일본식 경영의 한계를 자인한 결과라는 것이 일본업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내셔날」과 「파나소닉」등 세계적인 브랜드를 자랑하는 마쓰시타의 영화사경영실패는 그룹내의 공동보조를 중시하는 일본식 경영과 영화산업의 투기성이 물과 기름처럼 융합할 수 없음을 확인시켜 준 예라고 할 만하다.

 일본 전자사의 할리우드 진출은 VHS방식보다 품질면에서 앞서는 베타맥스방식을 개발하고서도 소프트시장의 VHS선호에 밀려 국제적인 규격싸움에서 쓴맛을 본 소니가 두번 다시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고려에서 CBS레코드사(87년)와 콜롬비아영화사(89년)를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경쟁업체인 마쓰시타사가 90년 61억달러를 들여 MCA주식을 1백% 인수했고 파이어니아사도 캐롤코사에 41%를 출자하는등 일본 기업의 미영화산업 진출이 잇따랐다.

 그러나 MCA사는 「쉰들러의 리스트」 「쥬라기 공원」등의 대히트에도 불구하고 마쓰시타가 기대하는 만큼의 흑자를 내지 못했으며 유선TV와 음반사업부문에 대한 투자증대등을 요구하는 미국인 경영자들과 도쿄(동경)의 그룹본부간 갈등이 거듭돼 왔다. MCA를 자회사로 바라보는 마쓰시타의 보수적인 시각은 독립경영이 존중되는 할리우드 분위기와는 어우러질 수 없었고 지난해 가을이후 상호 갈등이 표면화, 스티븐 스필버그감독이 「드림웍스 SKG」라는 자체영화사를 차려 나가 버리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또한 영화산업의 특성에 대한 이해부족면에서 마쓰시타의 실패는 콜롬비아를 삼켰다가 소니에 넘긴 코카콜라사의 실패와 비슷한 유형이다. 『영화나 콜라나 다같은 소비재』라며 할리우드에 뛰어들었던 코카콜라는 어떤 영화가 아무리 히트를 쳐도 다음 영화의 성공을 보장하지 못할 뿐 아니라 「빅 히트작」이 1백편에 1편이 될까말까한 영화산업 특유의 투기성을 소화해 내지 못했다.

 신제품을 만들어「파나소닉」상표를 달기만 하면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는 국제 전자시장에 익숙한 마쓰시타로서는 MCA브랜드가 아무 의미를 갖지 못하고 할리우드내의 인간관계가 성공을 좌우하는 영화산업이 마치 괴물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결국 마쓰시타는 5년만에 매입당시의 주식가격대로 80%의 주식을 시바스 리갈로 유명한 세계최대의 양조업체 시그램사에 넘기는 선택을 함으로써 실패를 자인할 수 밖에 없었다. 외형상 원상판매인 매각조건은 엄청난 상승세를 보인 미국의 평균주가를 고려하면 내용상으로는 커다란 손해를 본셈이다. 또 마쓰시타측은 매각자금을 미국현지에서 멀티미디어 산업에 투자하기 때문에 환율변동에 따른 손실이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로 엔을 기준으로 할 경우 거듭된 엔고로 1천억엔 이상의 손실을 기록한 셈이다.

 마쓰시타가 상처만을 안고 쫓겨나듯 할리우드에서 발을 뺀 이번 사건을 보며일본에서는 영화산업에 대한 매력이 시들해진 것은 물론 해외투자자체에 대한 회의론까지 나오고 있다.<도쿄=황영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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