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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달러하락 방치 안된다(해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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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달러하락 방치 안된다(해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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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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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통화 위치 잃을땐 대외영향력 축소 세계 각국은 미달러화 가치가 끝없이 떨어짐에 따라 보유외환을 달러화에서 유럽국가 통화로 바꾸려는 유혹을 받고 있다. 이는 21세기의 국제관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최근의 달러화 폭락은 영국 파운드화가 겪었던 60년대 상황을 연상시킨다. 파운드화는 2차대전 이전 세계의 기축통화로서 지배적 위치에 있었을 뿐 아니라 전후에도 10년이상 달러화와 함께 기축통화의 위상을 공유했다. 그러나 파운드화는 영국의 대외채무와 무역적자의 누적으로 약화일로를 걸었다.

 파운드화가 세계기축통화의 자리를 내놓게 된 것은 갑작스런 가치폭락이 아니라 달러화에 대해 계속 평가절하당한 결과였다. 당시 영국 정부는 파운드화를 부양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지만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미행정부는 영국과는 달리 달러화 하락에도 달러화 회생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우선 국제금융시장의 힘이 정부의 시장개입 능력을 능가하고 있어 효과적인 시장개입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또 미행정부가 달러화 하락에 따른 자국산 상품의 수출 경쟁력 강화를 즐기며 개입을 자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태도는 장기적으로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 위치를 박탈하고 나아가 영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위상을 변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엔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가 70엔대로 떨어지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달러화로 환산할 경우 미국과 같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엔화나 독일 마르크화가 달러화를 대신하기에는 기반이 너무 약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미주, 아시아, 유럽등 배타적 경제권을 따라 분리된 통화블록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세계적 경제통합 흐름과 상충되며 나아가 그같은 흐름과 충돌할 가능성마저 있다.

 현재로서는 달러화를 대신할 통화는 없는 상태다. 이같은 현실이 달러화의 경쟁자가 될 유럽 단일통화의 성립을 촉진시킬 것인지 아니면 지연시킬 것인지는 속단키 어렵다.

 한 국가가 세계 기축통화의 기능을 수행하면 경제정책운영 및 집행에서 자유가 제약받는 부담을 안게되지만 이점도 크다. 얻는 이점으로 우선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각국으로부터 많은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다. 미국은 10년전에 채권국에서 채무국으로 변했는데 이는 많은 자금이 외국으로부터 계속 유입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 자금을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라는 쌍둥이 적자를 메우는데 이용했다.

 또다른 이점은 석유와 같은 주요 상품가격이 기축통화로 표시된다는 것이다. 요즘같이 달러화 기복이 심하더라도 미국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세계 기축통화국에는 엄청난 명예와 영향력이 주어진다. 드골 전프랑스대통령이 달러가 아닌 금을 교환의 기본수단으로 만들려고 그렇게 노력한 것은 이 때문이다. 드골은 금본위제가 실현되면 약소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효과적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이 구상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며 실현될 수도 없었다. 금 자체도 다른 어떤 것에 의해 가치가 매겨져야만 하는데 그 역할을 달러가 맡고 있다.

 현재로서는 유럽단일 통화가 유일하게 달러화의 역할을 대신할 수있을 것같다. 그렇게 될 경우 유럽은 세계에서 중심적 위치와 영향력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달러화 역할을 완전히 대신하지는 않더라도 달러화와 함께 공동기축통화 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경우에도 국제 역학구도에서 결정적인 권력이동이 일어날 것이다.

 최근 미의회는 예산 적자 보전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없는 감세안을 통과시켰다. 달러화와 미국의 대외관계에 미칠 충격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다. 미국의 고립주의를 심화시키고 대외적 영향력을 더욱 축소시키는 악수가 될지도 모른다.

 달러화의 폭락으로 당분간 국제 환율안정방안을 마련하자는 압력이 높아질 것이다. 세계 기축통화의 불안정은 모든 교역 당사자들에 손해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국제통화체제인 달러체제가 붕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1929년 대공황의 재연이나 새로운 기축통화체제의 형성을 가져올지 모른다. 우리는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이뤄지든 예의주시해야 한다.<플로라 루이스 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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