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정계에 기독교 보수세력이 급격히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올해 1월 개원한 미국의 새의회는 지난 1백여일동안 경제문제로 분주했고 앞으로 수주일간은 예산을 둘러싼 공방전을 벌이게 된다. 이러한 의회를 향해 수백만 신도를 지닌 종교 지도자들은 낙태제한과 종교영향력 확대등 각종 요구조건을 내걸고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기존의 정계흐름을 바꿀지도 모를 기독교 보수세력의 숨은 실력자의 한사람은 라디오 해설자 제임스 돕슨이다. 그는 최근 공화당측에 보낸 서한에서 정당지도자들이 종교인들의 마음속에 있는 우려를 외면하거나 왜곡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이들의 영향력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공화당측의 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의 40%가 민주당이 과격한 진보주의 세력과 연계돼있음을 우려하고 있는 반면 39%는 공화당이 종교적 권리나 도덕성 회복등 극우성향의 특수이익에 얽혀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종교집단은 지난 1백여일동안 공화당의 정책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의 대통령후보인 앨런 스펙터는 『이들 집단이 순수 종교적 문제에서 벗어날 경우 위험한 정치세력이 될 것』이라면서 기독교 보수세력의 부상을 우려했다.
스펙터가 겨냥한 종교지도자는 패트 로버트슨이다. TV선교를 통해 유명해진 로버트슨은 자신이 만든 전국적인 조직인「크리스천 연합」을 정치적 영향력의 뿌리로 활용하고 있다. 크리스천 연합은 현재 공화당의 최대 이익단체로 일컬어지고 있다.
공화당은 그러나 이로인해 새로운 문제에 봉착했다. 선거의 당락을 결정짓는 부동층을 이탈시키지 않고 기존의 지지세력을 만족시켜야하는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새 의회에서 주도권을 잃은 민주당은 기독교 보수세력의 부활을 좋은 징조로 보고있다. 공화당의 우경화에 따라 빌 클린턴대통령이 중도세력에서 지지를 넓힐 수 있는 길이 더욱 넓어졌기 때문이다.
기독교 보수세력의 위세가 갑자기 거세진 이유는 크게 두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로버트슨과 같은 종교지도자들이 본격적인 정치무대에 등장했다는 점과 범죄증가등 사회 불안요인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종교에 기반을 둔 보수세력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정치 참여도 눈에 띄게 확대되고있다. 공화당에 소속된 전당원의 3분의1이 깊은 신앙심을 지닌 기독교인들이며 일부 주에서는 공화당원들의 절반이상이 기독교인들이다. 이들은 종교의 자유, 낙태와 같은 문제에서 교육, 환경분야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을 실현하기위해 나서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공화당이 압승을 거둔 지난해 중간 선거결과를 분석한 결과 유권자들의 종교적 성향이 경제적 생활수준에 비해 2배이상 후보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이 종교적 색채를 앞세워 단숨에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는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있다. 많은 종교지도자들이 공화당 집권공약인「미국과의 계약」을 추진할 1백일동안 가능한한 자신들이 표면에 나서지 않기로 합의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이는 레이건전대통령시절 종교단체들이 섣불리 종교색채를 표방하고 정치전면에 뛰어들었다가 경제적인 보수세력에게 무시당한 경험을 갖고 있는 탓이다.
하지만 기독교 보수세력이 정치적 행보에서 완급을 조절할지는 모르지만 미국정치의 보수회귀 움직임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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