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 10월 7일 동대문운동장(당시 서울운동장) 야구장에서는 역사적인 조명탑 점등식이 거행됐다. 이때 3만명 가까운 인파의 틈에서 까치발을 하며 그라운드를 내려다 보아야했던 중학생시절의 기자에게는 분수처럼 쏟아지는 조명탑의 휘황한 불빛이 환상적이었지만 또 하나 오래 잊혀지지 않는 것이 박정희 대통령의 시구 장면이다.
제일은행과 한일은행의 기념경기 시작전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는 박대통령의 모습은 어린 야구팬에게 평소의 엄격한 이미지를 벗고 상당히 친근감을 심어 주었던 것 같다.
이후 대통령은 대통령배 축구대회등에 나와 여러차례 시축을 했고 82년 전두환대통령도 프로야구개막식에서 시구했다.
문민정부들어 김영삼대통령은 94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에 이어 지난 15일 잠실의 95프로야구 공식개막전에서 취임후 두번째 시구를 했다.
경호상 문제때문에 연막을 피우느라 그랬는지 문화체육부는 행사전날까지도 『문화체육부장관이 시구한다』는 보도자료를 내보내고 당일 관중들은 경기장 주변 통제가 심해 입장이 늦어지는등 불편을 겪는 소동이 있었지만 아무튼 시구후 파안대소하는 김영삼대통령의 밝은 표정은 많은 야구팬들의 마음을 가볍게 했다. 이렇듯 VIP의 시구는 대회권위를 높이고 팬들에 서비스가 될뿐만 아니라 시구자에게도 무형의 큰 소득을 주는 것이다. 항상 국민과 가까이 하려는 미국 대통령들은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개막전의 시구를 영광으로 여기며 이를 독점해왔다.
그러나 지난 13일 올 골프시즌을 여는 첫 대회이자 국제대회인 남서울CC의 매경오픈에서는 그리 유쾌하지 않은 시구장면이 있었다.
현 정부의 골프에 대한 거부감때문에 문화체육부장관이 시구하던 관례를 깨고 마지 못해 차관이 대타로 나왔는데 시구가 멋지게 이루어졌으면 모르겠지만 평소 골프와 무관했던 김도현차관이 몇차례 연습을 했다해도 볼을 제대로 때릴 수는 없었던 것이다. 6공때는 첫 타구가 마음에 안 든다며 시구를 두번해 빈축을 샀던 핸디캡 싱글 수준의 장관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서 또 한번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 대회는 마지막날 하루만도 무려 2만5천명의 관중이 몰려 들었다.
지난해 전국 골프장의 연 입장인원은 6백10만명에 이르렀다. 물론 골프가 돈과 시간을 요한다는 부정적인 면은 있지만 그럼에도 골프인구의 증가는 막을 수 없는 흐름임이 분명히 확인된 것이다.
정부도 이제 막연히 골프를 외면할 것이 아니라 늘어나는 골퍼를 보호하고 쏟아지는 외국 브랜드들과 싸우는 국내 용품업자들을 지원하는등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해야 할때가 온것 같다. <체육부장>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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