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풍자·지루함없는 구성으로 어필/교수·강사 추천에 레포트숙제도 한몫 대학생관객이 극장을 채운다. 연극관객의 다수가 대학생이라는 사실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연극계가 불황이라고 탄식하는 요즘 몇편의 연극은 학생들로 연일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꼽을 만한 작품은 동숭레퍼토리의 「우리시대의 리어왕」, 연극실험실의 「상황과 형식전」 참가작인 「장 주네의 하녀들」, 실험극장의 「청바지를 입은 파우스트」등이다.
지난 1일 개막후 보름동안 1천9백명가량을 동원한 「우리시대의 리어왕」은 관객의 85%가량이 학생. 현실에 대한 풍자와 가벼운 터치로 주관객을 20대 학생층으로 잡았던 극단측의 예상과도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장 주네의 하녀들」은 50여석 규모의 극장이 숨쉬기 힘들 정도로 학생관객들이 날마다 꽉꽉 차 관객을 기대치 않았던 제작진으로부터 「하녀들」이 아닌 「효녀들」이란는 별명이 붙을 정도다. 「…파우스트」의 경우 직장인과 40∼50대의 관객들도 제법 많아 학생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2천5백장의 학생표가 예매되어 있는 상태다.
이 연극들에 학생층이 몰리는 이유는 먼저 작품이 우리 사회현실의 단면을 보여준다거나 지루함이 없는 다양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등을 들 수 있다. 「…리어왕」은 전직 대통령이고 현재 연금상태에 있는 독재자와 연극배우의 만남을 통해 광주민주화항쟁 군사정권 문화계 현실등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에 희극적 요소와 빠른 속도감이 결부돼 학생들의 취향에 맞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대학에서 연극 교양·전공강의를 하는 교수 강사들의 추천이 학생들을 극장으로 가게 하고 있다. 「…하녀들」의 작가 장 주네는 프랑스연극사에서 일정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작품은 세계각지에서 다양한 실험이 시도된 바 있다.
이번에 연출을 맡은 이성열은 「연극은 놀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부조리극을 희극적으로 연출해 냈다. 그에 대한 평가는 다른 문제이지만 이미 이 연극은 고려대 연세대 숙명여대 서울예전등 수업의 레포트목록에 올라 있다.
「…파우스트」를 보고난 한양대 연극영화과 대학원생 김미혜(24)씨는 『공연을 먼저 본 교수가 추천해 이 작품에 대해 평을 쓰기로 했다』며 『고전의 형식을 빌려 우리식으로 구성해낸 시도에 대해 토론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이 작품들의 관객기록이 중간고사 시작과 함께 주춤하는 것도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몰려들었는지를 반증하고 있다. 연극인들은 연극 전체로 보아서는 다양한 관객층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줄잇는 관객에 신바람이 나지 않을 수 없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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