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아픈 상처속/어린이들 순수한 눈통해/어른들의 편견 고발 전쟁은 인간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힌다. 존 애브넷 감독의 최신작 「작은 전쟁」에는 베트남전의 상처로 인해 고통받는 미국 남부의 한 평범한 가정의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 영화는 베트남전에서 신체적, 정신적 상처를 입고 돌아온 아버지를 바라보는 어린 딸의 눈을 통해 전개되고 있다. 전투 중 부상을 입고 돌아온 아버지(케빈 코스트너 분)는 가장 친한 전우를 구하지 못하고 혼자만 살아 남았다는 죄의식으로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그는 전장에서 입은 정신적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잠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그 일로 인해 모든 직장에서 거절당한다. 아버지는 가장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되고, 어머니와도 서먹서먹해진다.
여파는 아이들에게도 밀려온다. 그러므로 전쟁의 후유증은 아버지 뿐 아니라 가족 전체를 괴롭히는 상처가 된다. 이들에게 전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삶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관객들은 또 하나의 「작은 전쟁」이 제시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 영화의 화자인 소녀와 그의 남동생, 그들의 두 흑인 여자친구는 나무 위에 「트리 하우스」를 짓는다. 그러나 이들의 보금자리는 근처 고물상집 아이들의 공격을 받게 된다.
그들은 「트리 하우스」가 자신들의 고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자기 것이라고 주장한다. 드디어 전쟁이 시작된다. 숲 속에서 벌어지는 아이들의 「작은 전쟁」은 밀림에서 벌어졌던 베트남전의 축소판을 상징한다. 그러나 어른과는 달리 아이들은 사랑과 이해를 통해 서로 화해한다.
「작은 전쟁」은 표면적으로는 아이들만도 못한 속 좁은 어른을 비판한 반전영화이다. 그러나 심층적으로는 사랑과 이해를 상실한 인간의 모든 편견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것이 이 영화에서 흑인과 빈자에 대한 차별문제가 시종 중요한 배경으로 깔려 있는 이유이다.
하퍼 리의 「앨라배마에서 생긴 일」을 연상시키는 「작은 전쟁」은 아이들의 순수한 눈을 통해 어른들의 추악한 현실을 비판하는 영화이다. 아버지는 『그 땐 모두 제 정신이 아니었어』라고 전쟁을 회상한다. 문제는 우리가 아직도 「제 정신」이 아니라는데 있다. 「작은 전쟁」은 이제라도 제 정신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깨우침과 감동을 주는 영화이다.<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김성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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