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수 없는 「억압」에 대한 저항/암울한 시대 치열했던 작가정신 되새김질/좌표잃고 정체빠진 현문단 반성계기로 <문학은 유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 억압하지 않는 문학은 억압하는 모든 것이 인간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은 문학을 통하여 억압하는 것과 억압당하는 것의 정체를 파악하고, 그 부정적 힘을 인지한다. 그 부정적 힘의 인식은 인간으로 하여금 세계를 개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당위성을 느끼게 한다> 육체의 나이는 늙었지만 정신의 나이는 1960년의 18세에 멈춰 있으며 언제나 4·19세대로 사유하고 분석하고 해석했다는 문학평론가 고김현씨가 평론집에서 한 말이다. 해방이후 우리 문학의 성장과 발전의 중요한 한 축은 부정한 정치권력, 파시즘에 대한 저항과 투쟁이었다. 문학을 통한 저항의 목소리는 암울한 시대에 뭇 사람들의 삶의 지표였고 빛이었다. 문학은 유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 억압하지 않는 문학은 억압하는 모든 것이 인간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은 문학을 통하여 억압하는 것과 억압당하는 것의 정체를 파악하고, 그 부정적 힘을 인지한다. 그 부정적 힘의 인식은 인간으로 하여금 세계를 개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당위성을 느끼게 한다>
4·19를 지나면서 시인 김수영은 「어째서 자유에는/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혁명은/고독한 것인가를」 노래했고 신동엽은 「껍데기는 가라」고 외쳤다. 박두진의 「우리들의 깃발을 내린 것은 아니다」는 혁명직후 생산된 탁월한 현장시중 하나로 꼽힌다. 박태순 남정현 이호철 신상웅 김춘복 한무숙등의 작품도 4·19의 영광과 아픔을 성공적으로 담아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4·19를 전후해 우리 문학은 성큼 성장했다. 그 짧은 공간에 분단문학의 큰 분기점을 이루는 최인훈의 「광장」이 탄생했다. 좌절의 냄새가 섞이긴 했지만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이나 김광규의 시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등도 4월의 정신에 맥이 닿아 있는 작품들이다.
5·16과 유신의 막바지에 우리 문학은 또 한 차례 시련과 성장의 계기를 맞는다. 80년의 광주체험과 그 뒤의 정치사회적 억압속에서 일어난 사회·노동운동은 새 지평을 열었다. 5월문학으로 불리는 80년 광주체험의 형상화는 시인 김준태의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를 시작으로 5월시 동인들의 활동과 임철우 윤정모 문순태 이영옥 김중태 홍희담을 통해 일정한 성과를 이루었다. 그리고 노동현장문학이 등장했다.
90년대 우리 문학은 이 시대의 삶을 억압하는 정체를 무엇으로 인식하고, 그 본질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아직 그런 문제들을 작품으로 형상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평론가 임헌영씨는 『사회의 모순을 직시하는 문학적 작업은 80년대말의 김하기, 정도상, 정찬, 김인숙등의 작품을 마지막으로 정체상태에 있다』고 평가했다. 노동현장소설도 소재빈곤과 발표량 미약등의 문제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우리 작가들은 사회주의권 붕괴이후 이념의 좌절과 방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김명인(평론가)씨는 분단, 계급갈등, 시민적 기본권의 문제등이 크게 나아진 것이 없는데도 많은 작가와 독자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평론가들은 우리사회의 특수한 모순과 함께 자본의 지배력 확대와 소비욕망의 증대로 대표되는 산업사회의 문제를 뛰어난 문학작품으로 형상화해줄 작가를 고대하고 있다. 김명인씨는 『작가들이 과거보다 훨씬 치열하게 공부하고 문학성 높게 소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