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대학발전책의 본말/이현재칼럼(화요세평)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대학발전책의 본말/이현재칼럼(화요세평)

입력
1995.04.18 00:00
0 0

 국민, 사회, 언론이 한국만큼 대학문제에 관심이 많은 나라도 드물다. 대학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문화국민의 징표일 수도 있다. 대학에 대한 관심의 고조는 그만큼의 대학발전으로 이어져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관심의 내용이 진정한 대학발전과는 다른 것이어서 그런지, 또는 그것이 구두선에 그치고 실천이 뒤따르지 못해서인지 몰라도 반드시 온당한 대학발전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최근 각 대학이 마치 터뜨리기경쟁이라도 하듯 대학개혁안을 내놓고 있다. 그런가 하면 대학가에서는 현정부의 성향에 비추어 매우 놀라운 개혁책이라도 나오지 않을까 해서 긴장하는 모습도 보인다. 대학의 실천적 발전책의 강구란 쉬운 작업이 아니다. 또 대학의 발전수준, 재정상태, 소재지역, 설립목적및 특성등에 따라 각각 다른 발전책이 검토될 수도 있다. 그런데 대학의 발전책이 본말이 전도되거나, 단기적 안목에 그치거나, 교육환경의 변화가 도외시되었거나, 외형위주로 되는 등의 사례를 보게 된다.

 우리 대학들은 오랫동안 입시문제에 지나치게 많은 정력소모를 해왔다. 교육 자체의 내실문제보다 오히려 학생선발문제에 끌려온 듯한 느낌도 있다. 이것 역시 본말전도의 표본이 아닐 수 없다. 이제까지 많은 입시제도의 변혁이 있었지만 어떤 방식을 채택하든 합격·불합격을 전도시킬 수 있는 한계영역에 들어가는 인원수는 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변별력의 차이라는 명분에 의해서, 대학이나 사회에 부담이 많이 가는 방식은 가급적 지양하고 전문가집단의 판단을 존중하며 교육대도에 입각한 방식을 택해 나가면 될 것으로 본다.

 현재 총장선출에 정력소모를 하는 대학이 많다. 우리 지식인들은 일본적인 것이라면 거부반응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총장직선제는 일본에서 가장 전형적으로 채택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이 지니고 있는 장점도 있겠으나, 그것이 지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대학인들이 더 잘 아는 터인지라 굳이 열거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총장의 직접 또는 간접선거, 임명제등에 대해서 실험을 거듭해왔다. 대학사회에서 임명제가 수용되지 않는 것이라면 합리적으로 구성된 추천인단에 의해서 선출된 복수후보에 대한 임명권자의 제청을 통한 결정방식, 교수들의 간접의사를 존중하는 뜻에서 앞의 절차를 통해서 제청된 각종 임명권자가 선택하여 해당대학 교수회의 인준을 받아 임명하는 방식등 총장선임의 간접화가 검토될 수는 없는 것인가 생각케 한다.

 대학에 대해서 성실한 기여를 하는 재단의 경우, 재단이사회에 총장선임권한이 주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학사회의 분열, 운영효율의 저하, 대학정력의 소모등의 방지를 위해서, 총장결정과정의 단순직선의 간접화를 검토해볼만한 계제가 아닌가 한다. 운영효율의 견지에서 총장직이 선출방식인 경우, 단과대학장은 임명제 또는 임명권자의 제청에 의한 교수회 인준제등도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선진국에 비해서 학과장의 권위와 기능이 지나치게 축소되고 과소평가되고 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학과장은 그 대학에서 해당 학문분야를 대표하며 학과를 운영하는 책임자인 만큼 그 사유가 그 직을 선호해서든 기피해서든간에 학문적 인격적 지도성을 고려하지 않은 윤번제 임명은 지양되었으면 한다.

 대학의 합리적 건물배치가 백지화하고 재벌이나 대기업으로부터의 건물신축유치경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학에서 건물위주의 발전책을 추진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고 본다. 대부분 장기적 유지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건물유치이다. 유치능력을 결여한 건축물이란 곧 폐허처럼 황폐화하게 마련이다.

 우리는 새 연대 새 세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리고 국제화 세계화의 조류 또한 높게 일고 있다. 곧 대학의 진학자수와 수용인원과의 관계가 전도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일반 교육시장 개방추세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 교육여건 변화와 아울러, 대학의 교육과 연구능력이 국가능력과 국가경쟁력의 바탕이 된다는 인식에서 대학의 긴장과 위기를 절감하게 된다.

 이제 입시, 캠퍼스안의 각종 선거, 외형적 확장지향등에서 오는 정력소모와 운영효율의 저하를 극복하고 대학의 관심과 운영능력, 그리고 투자능력을 강의실, 연구실, 실험실로 집중시켜 교육과 연구의 집단생산성을 극대화해야만 할 것으로 믿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비로소 학문의 경쟁풍토가 왕성해져 학문적 선진국지향이 가능할 것이다. 미국의 한 교수로부터 미국에서 교수정년제가 폐지된 이후에 치열한 학문적 경쟁풍토에서 오는 도태현상 때문에 오히려 정년이 앞당겨진 느낌이라는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학이 이제 과도기적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외형위주의 발전방식을 탈피하여, 정부와 대학이 아울러 대학발전책의 본말을 제 자리에 놓고 노력하는 의식의 전환이 요청된다.<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