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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의 예술(천자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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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의 예술(천자춘추)

입력
1995.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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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의 작은 도시 앙굴렘에서는 매년 만화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에는 프랑스는 물론 영국과 미국, 그리고 만화의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 또한 참가한다. 그리고 만화가가 되기를 꿈꾸는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이 그린 습작들을 품에 안고 설레는 마음으로 그곳을 찾는다. 그저 작은 도시, 커다란 호텔 하나 서 있지 않지만 축제가 열리는 동안 앙굴렘의 대기는 조용한 가운데 흥분된다. 세미나가 열리고 만화관련 영화가 상영되고 어린이들 또한 상기된 얼굴로 아동물코너 앞에 웅성댄다. 거리와 전시장을 맴돌며 커다란 빗자루를 든 한 무리의 배우들이 무언극을 공연한다. 어른과 아이 모두 만화라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형식 앞에서 즐거움을 나눈다. 이 도시에는 만화학교가 설립되어 있기도 하다. 거리의 벽화는 온통 만화의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또 한 군데, 벨기에에는 만화박물관이 있다.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 이곳은 우리들에게도 잘 알려진 만화주인공 「땡땡」이 탄생된 곳이다. 만화박물관은 바로 이 「땡땡」의 기념관이기도 하다. 많은 걸작들이 전시되어 있는 이곳은 만화의 탄생과 변화를 한 눈에 보여준다.

 만화, 미술의 형상체계와 언어의 서술체계를 결합시킨 이 새로운 장르는 지금 전세계 사람들의 시선을 단단히 붙들고 있다. 어른들은 매일 신문의 사회면에서 만화를 만나고, 아이들은 아무리 두터운 만화책일지라도 지루해 하지 않는다. 그 속에서 즐거움을 읽고 역사를 만나고 미래와 만나고 상상력을 키운다. 1820년대 루돌프 토피는 오늘날과 같은 만화를 처음 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1962년 미술사가 브리용,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 사회학자 에드가 모렝, 시인 레이몽 크노등과 함께 문학의 미술적 표현에 대한 연구모임인 「만화연구회」가 만들어진다. 이런 저런 움직임을 통해 만화는 제9의 예술로 불리게 될 것임을 선언한다.

 서투른 미술적 기교와 일본식 모방으로 꾸며진 우리 만화에 당당히 제9의 예술임을 선언하는 시기는 언제 올 것인가. 불량이라는 말만을 되뇌이며 이렇다할 학문적 논의도, 미적 탐구도 이루어지지 않은 우리 만화에 이제 관심가들의 참여가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박상순 시인·책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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