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HIV소송 결심열려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비가열 혈액제제를 통해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감염된 혈우병환자들이 국가와 제약회사등을 상대로 1인당 1억1천5백만엔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도쿄 HIV소송」결심이 지난달 27일 도쿄지방재판소에서 열렸다.
이번 결심은 88년10월이래 6차에 걸친 제소중 1∼4차 47명의 혈우병환자(원고)에 대한 것으로 첫소송제기후 무려 5년5개월만의 일이다. 판결은 빨라야 연말께일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제소 환자중 20명이 사망하고 대다수가 「죽어가는」 상태여서 원고들에게는 「생존의 소송」또는 「목숨을 건 싸움」이 돼왔다.
지금까지의 쟁점은 에이즈감염 가능성의 예견여부. 원고측은 『감염의 위험성이 예견가능한 상황에서도 국가는 수입을 승인하고 기업은 이익을 중시, 가정에서도 간단히 사용할 수 있다고 선전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국가와 제약회사는 『혈우병은 중병으로 당시에는 다른 유익한 제제가 없었으며 비가열혈액제제에 의한 감염경로가 특정돼 있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문제의 혈액제제는 지난 80년께 미국에서 개발된 것으로 82년에이즈감염이 보고돼 가열제제로 전환됐으나 일본에서는 85년에야 가열제제의 수입이 승인됐다. 따라서 82∼85년에 에이즈에 감염된 혈우병환자가 원고의 대부분이다. 특히 27일의 결심에서는 구사부세 무라오(초복촌생)라는 필명으로 「겨울의 은하」등의 작품을 써오면서 에이즈의 고통을 고발해온 43세의 원고가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자신이 겪은 고통을 호소하는등 눈물겨운 장면이 잇따라 연출됐다.
이번 소송에서는 국가와 수입회사의 책임한도에 대한 일본최초의 법적인 판단이 내려진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도쿄=황영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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