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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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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작가와 연극인이 나눈 대화는 우리나라 공연문화의 딱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작가가 물었다. 「서울에선 공연장이 모자란다고 아우성이고, 그러면서 지방공연을 꺼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연극인의 답변은 약간 의외였다. 「지방에도 새 공연장이 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비싼 시설을 하고도 이용할줄 모른다.」 ◆전국순회공연을 마친 어떤 음악인은 이렇게 탄식한다. 「피아노 건반을 힘차게 눌렀는데 들어간 건반이 다시 안나온다. 값비싼 피아노인데 조율을 안해 제 소리가 나올 까닭이 없다.」 겉만 화려하게 만든 공연장의 실태가 알고보면 이런 수준이다. 외화내빈이 여기에도 깔려 있다. 흥행조차 안되니 지방공연을 꺼리는 것을 나무라지 못한다. ◆서울엔 많은 공연장이 새로 생겼다. 그럼에도 공연장을 잡지 못해 애간장을 태운다. 연극 음악뿐 아니라 특히 무용은 전문공연장이 없다시피한 실정이다. 그나마 중·소형 무대가 더욱 부족하다. 복합문화공간이 여러 군데 생겼지만 갈증해소는 멀었다. 신도시에 사는 주민들의 불만 가운데 문화시설의 불모를 꼽는 현상은 결코 사치로 여길 일이 아니다. ◆옛 서울대학교 자리인 대학로가 그런대로 서울의 명소로 자리 잡은 것은 공연장과 전시장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문화공간은 도시의 향기와 같다. 문화가 없는 거리는 결코 자랑거리가 될 수 없는 일이다. 구 국립극장을 팔아 넘긴 명동이 맹물같은 상가로 변모하고 만것이 후회스럽기만 하다. ◆공연문화가 활발하기 위해선 문화공간을 자꾸 넓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이 관심의 눈을 돌리는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기존 공연장을 보호·육성하고 새로운 공연장을 건립해 달라」는 연극협회의 건의는 한귀로 듣고 흘릴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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