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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와이즈(박흥진의 명감독열전: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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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와이즈(박흥진의 명감독열전:29)

입력
1995.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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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와르서 뮤지컬까지“천의 얼굴”/「나는 살고싶다」 사형제반대 강한 메시지/「사운드 오브뮤직」선 꾸밈없는 즐거움 선사「나는 살고싶다!」(I WANT TOLIVE!·58SUS·UA작)는 1955년 6월5일 32세의 나이에 캘리포니아 샨쿠엔틴교도소에서 가스처형된 바버라 그레이엄의 격정적인 삶을 필름노와르 스타일로 그린 맬로드라마이다.특히 바버리 역의 수전 헤이워드의 불꽃 튀는 맹렬한 연기는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도록 시신경을 저지고 들어 오듯 자극적인다. 로버트 와이즈(ROBERT WISE·80)는 50년대 「지구가 멈춘날」「상처뿐인 영광」「중역실」「내알과의 내기」등 짜임새있는 양질의 작품들을 만들었는데 「나는살고 싶다」도 그 중 하나이다.

이 영화의 총알처럼 빠른 진행속도는 와이즈가 명편집자로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파괴된 가정출신으로 비도덕적인 위증자요, 창녀이며 도둑이자 강도였던 바버라는 어려서부터 감옥을 제 집처럼 드나들던 범죄자이다. 그러나 그는 문학과 재즈를 사랑하기도 한 복잡한 내면의 소유자였다. 

 마음 잡고 살려고 결혼하고 아기까지 낳았지만 마약중독자인 남편 때문에 다시 악의 소굴로 빠져든다. 그리고 남자 공범 2명과 함께 살인강도죄로 유죄판결을 받고 처형됐다. 그의 재판과 처형은 당시 전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사건」이었다.

 와이즈는 바버라가 무죄라는 입장에서 얘기를 풀어 나가는데 이 영화를 통해 사형제도에 대한 반대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바버라가 샌쿠엔틴으로 이감된 뒤 처형되기까지 길게 이어지는 마지막 부분은 숨통을 죄듯 다급하고 긴장되고 처절하다. 여기서 헤이워드가 고뇌와 절망감에 시달리며 보여주는 소용돌이치는 연기는 보는 사람을 피곤하게 할 정도로 치열하다. 아카데미주연상을 받았다.

 대학을 다니다 경제공황을 만나 중퇴한 와이즈는 33년 RKO사에 편집보조로 취직했다. 10년 가까이 편집을 하며 40년대 초 오손 웰스의 두 걸작 「시민 케인」과 「위대한 앰버슨가」를 편집, 확고한 명성을 쌓았다.

 44년 공포영화 「고양이인간의 저주」를 만들던 감독이 제작기일을 못지켜 쫓겨 나는 바람에 와이즈가 맡아 10일만에 완성했다. 여기서부터 와이즈의 강한 무드조성솜씨가 나타난다. 이어 공포영화 「육체의 탈취자」 「타고난 살인자」등 좋은 B급영화들을 만들었다.

 48년 느와르웨스턴 「달의 피」로 A급 대열에 올라섰고 이듬해 프로권투세계의 어두운 이면을 통렬하게 폭로한 필름느와르 「승부조작」을 감독했다. 칸영화제 비평가상 수상작인 이 영화는 실제시간과 영화 내용의 시간이 일치하는 압축된 구성을 한 최고급 권투영화다.

 와이즈는 개인적 영상스타일이나 특별한 주제 또는 장르를 고집하지 않았다. 꾸밈없고 견실하며 뛰어난 기능인이자 유창한 얘기꾼으로서 다양한 고급영화들을 내놓았다. 

 50년대 짭짤한 소규모의 작품에서 60년대 들어 스케일 큰 영화로 작품스타일을 바꿨다.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와 「사운드 오브 뮤직」이 그 대표작. 감상적인 「샌드 페블스」 이후에는 거론할 영화가 없었다.

 와이즈는 능란한 기술과 좋은 연기를 끌어낼 수 있는 감각, 빠른 페이스등을 구사해서 흥미있는 영화를 많이 연출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뚜렷한 특징이 없고 현시욕이 부족한데다 과감하지 못해 위대한 예술가의 위치에 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미주본사 편집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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