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 관한한 일본에 의해 운명이 결정돼다시피 해온게 부인하기 어려운 우리 현실이었다. 대일 누적적자가 이달중 1천억달러를 넘게되는 지금 이 한심스러운 우리의 경제적 숙명을 다시 한번 재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 TV나 세탁기 VTR같은 가전제품에서 자동차 반도체 조선 석유화학같은 중화학부문에 이르기까지 주력이 되고 있는 수출산업이 초기 성장과정에서 일본기술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고 연간 1백억달러가 넘는 적자에서 확인 되듯이 아직도 핵심기술과 부품 기자재를 일본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는게 어쩔수 없는 우리 현실이다.
65년 국교정상화 이후 누적된 대일무역적자가 3월말까지 9백80억3천6백만달러―.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전체 누적적자는 5백25억9천4백만달러다. 그리고 총외채는 5백억달러―. 30년 동안 일본을 제외한 다른 모든 나라와의 무역에서 벌어들인 돈 5백억달러를 몽땅 일본에 갖다 바치고도 모자라서 5백억달러의 외채를 짊어지게 됐다. 대일적자 때문이다.
이걸 보고 우리가 느끼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 일본이 아니면 우리는 수출도 할 수 없고 성장도 할 수 없는 것인가. 일본 없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힘이 우리경제에 정말 없는 것인가. 심각한 자문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세계경제의 돌아가는 판세로 보아 엔고는 장기화 할수 밖에 없다. 슈퍼 엔고로 우리의 대일적자는 올해 예상이 1백60억달러, 내년이면 2백억달러가 넘고 해가 갈수록 눈덩이 처럼 불어나 주체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하리라는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일방적이고도 맹목적인 대일의존은 국가적 자존이나 민족적 자긍심에도 관계되는 것이지만 순 경제적 실리로만 따져보더라도 더 이상의 눈덩이 적자를 묵과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 30여년 동안 돌멩이에 지렁이까지 실어내면서 허리띠 졸라매고 피땀흘리며 수출입국의 길을 달려온 것이 결국은 그 열매를 모두 일본에 갖다 바친 꼴이 돼버린 것만도 통탄스러운 일인데 또 어떻게 이런 한심한 상황이 더 계속되도록 그냥 내버려 둘 수 있을 것인가.
대일 역조와 관련해서 정부와 기업 소비자들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범국민적인 일대 각성이 있어야 할 것이며 문자그대로 획기적이고도 과감한 대책이 나와야 할 때가 됐다.
기술자립과 부품국산화에 꾸준한 노력을 계속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계상황에 도달한 일본의 유수 중견 중소기업들을 대거 유치하기 위한 일본기업 전용공단의 설치, 일본 해외 생산기지의 유치를 위한 파격적인 조건의 유리한 여건조성, 일본시장 공략을 위한 공격적인 통상외교와 민간기업 세일즈 지원등등 역조시정을 위한 일련의 총력적 종합대책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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