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체제붕괴이후 미국·러시아·일본·유럽연합(EU)등 선진국들을 포함해서 세계 모든 나라가 외교의 중핵을 통상외교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구소련과의 체제경쟁에서 이겨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승리의 미소를 지은 미국이 통상외교우선으로 발빠른 변신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과 여전히 제일 밀접한 교역과 경협관계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미국 통상외교정책이 바뀌고 이에 따라 세계경제질서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 통상외교가 개선되고 강화돼야 한다. 우리나라 통상외교는 시대적 여건의 변화를 따르지 못하고 구태의연하다. 화석화해 있는 것같다. 최대의 취약점은 구심력이 없다는 것이다. 지휘탑이 없으니 부처간의 협조와 협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관된 통상전략이나 전술이 없다.
지금은 재정경제원, 통상산업부, 건설교통부, 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농림수산부등 경제부들과 외무부등 관련부처들이 각각 저마다 독자적으로 통상업무를 수행해 가고 있다. 미국이 파상적으로 벌이고 있는 시장개방압력등 통상공세에 관련부서들이 자기주장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다. 각부 부서마다 업무와 협상에 대한 노하우와 협상력이 달라 대응력도 다르다.
원칙적으로 통상협상은 관련업무에 정통한 주무부서에서 담당하는 것이 옳다. 그런 면에서는 현행처럼 중앙통제부서없이 각 부처가 독자적으로 맡아가는 것이 타당하다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통상외교목표는 우리 관련산업들이 대응력에 맞춰 시장개방을 될수 있는대로 지연시키는 것, 즉 방어적인 것이므로 지금의 주무부처별 각개 대응체제가 유리하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시장개방은 관련산업이나 품목만의 문제가 아니고 파급영향이 항상 따르는 문제이므로 나름대로의 협의와 협동체제가 필요하고 또한 그것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자면 중심점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현통상외교에서의 취약점은 바로 이것이다.
최근 자몽과 관련한 미국의 WTO 제소에 대한 정부측의 대응은 우리통상외교의 빈약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정부는 통상외교체제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 홍재형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앞으로 통상현안이 발생할 때에는 재경원이 중심이 돼 외무부 통상산업부 보건복지부등 관계부처의 국장급및 1급회의를 수시로 개최, 대응전략과 정부입장을 세워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처방으로는 미약하다.
미국의 USTR(미국무역대표)같은 별도의 정부조직은 새로 만들지 않는다해도 보다 강력하고 선명한 중심이 있는 협력·협동체제가 구축돼야 한다. 재경원이 중심이 되면서 통상산업부와 외무부가 간사가 되고 관련실무부서들로 구성되는 상설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같다. 통상외교가 부처이기주의의 제물이 돼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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