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는 독립이래 아프리카와 아랍권의 맏형이자 지도적 국가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우리나라가 북한보다 앞선 1961년 이집트와 영사관계를 수립했음에도 34년간 줄곧 영사관계수준으로 지속해 오다가 이번에 대사급외교관계를 맺기로 합의한 것은 한국외교의 또 하나의 성공임이 분명하다. 그동안 북한과의 수교와 함께 친북노선을 견지해 오던 이집트가 한국과 수교하기로 한 것은 냉전체제의 붕괴등 국제기류의 변화도 그렇지만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괄목할만하게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냉전기간중 특히 80년대 중반까지 우리의 외교는 북한과의 치열한 과열경쟁에 모든 정력을 쏟아 부었다. 아프리카·아랍권의 경우 냉전구조하에서 반미 반서방자세와 북한의 집요한 접근정책으로 숱한 고전을 겪어야만 했다. 따라서 이번 대사급수교합의로 오랜 외교적 숙제를 해결하는 한편 아프리카와 중동진출에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 외교는 오랫동안 이집트에서 숱한 쓰라린 체험을 겪어야만 했다. 그것은 73년 3차중동전때 북한이 조종사와 항공기부품등을 지원해 줌으로써 튼튼해진 북한과 이집트와의 관계, 그로 인한 이집트의 반한친북노선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우리와 이집트는 83년이래 이중과세방지, 항공, 문화·과학기술협정등을 체결했지만 정치적으로는 교착상태가 지속됐던 것이다.
양국의 정식수교합의는 오랫동안 우리측 제의를 외면해왔던 이집트가 먼저 적극적으로 요청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80년대 후반부터 국영기업의 민영화등 과감한 경제개혁과 대외개방정책을 추진해온 이집트로서는 한국을 경제발전의 모델로, 또 경제협력의 파트너로 보고 접근해 온 것이다. 현재 이집트에 3개합작업체를 포함한 15개업체가 진출해 있고 작년의 경우 우리와 나눈 5억여달러의 교역규모는 연간 1천만달러 미만의 북한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인 것이다.
이번 수교는 무엇보다 비동맹권의 핵심 국가인 이집트로 하여금 친북의 고리를 풀게하는 한편 비동맹권, 특히 아랍·아프리카국가들과의 관계개선, 그리고 나아가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진출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와 수교로 53개 모든 아프리카국가와의 수교가 매듭되고 전세계적으로는 북한보다 30여개국이나 많은 1백79개국과 수교하여 이른바 전방위외교를 본격적으로 펼칠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라오스, 캄보디아, 쿠바,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마케도니아등은 아직도 친북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이들과의 관계개선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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