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몫 거액… 공급자신원 “불명” 장기밀매 조직은 대도시 종합병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서울 S대병원을 비롯한 유명 종합병원마다 나붙은 안내문에는 무선호출번호가 적혀 있고, 호출을 하면 밀매 브로커와 즉각 연결된다.
14일 이 번호중 한 곳을 호출하자 브로커에게서 전화가 왔다. 브로커 정모(46)씨는 『신장을 구한다』고 하자 『중개 수수료 10%를 포함, 3천만원을 내면 언제든지 건강한 사람의 신장을 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어떤 사람의 장기인지 먼저 확인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묻자 그는 『혈액형과 나이, 간기능 검사등 이식에 필요한 모든 검사자료를 갖춘 2백여명의 장기 제공자를 확보하고 있다. 가격만 맞으면 곧 연결해 주겠다』고 말했다.
다른 번호를 호출해 만난 브로커 윤모(41)씨는 『장기 제공자는 주로 갑자기 빚에 몰리거나 사업에 실패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걸인이나 행려병자등 「불결한」신체가 아니라 건강한 사람의 장기라는 점을 강조하는 말이었다.
윤씨는 『RH 네거티브 혈액형처럼 「희소가치」가 있는 신장은 1천만원 정도비싸지만 3천만원선이 최근 「공정가격」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신장외에 안구도 구할 수 있지만 1억원 이상을 내야 한다』며 『국내에서는 수요자가 거의 없지만 미국 일본등에 수요가 많아 국내인의 안구를 알선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구 K대·Y대 병원등의 화장실 출입문에도 「신장기증, 검사필」 「신장 파실 분」「B형 신장 급히 필요하신분」등의 안내문과 무선호출번호가 어지럽게 적혀 있다. 이 번호들을 호출해 통화한 결과 일부는 『갑자기 목돈이 필요해 장기를 팔려고 한다』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대부분 밀매조직의 브로커들이었고, 이들은 『모든 혈액형의 「기증자」를 확보, 조직 항체검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연락처가 서울인 30대 중반의 브로커는 『1백만∼2백만원의 소개료를 포함해 2천만원선이면 필요한 신장을 즉시 확보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종합병원 관계자들에 의하면 밀매조직은 장기밀매를 중개할 뿐 아니라 이식장기의 출처등을 확인하지 않는 병원을 소개해 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대구 계명대 동산의료원 김현철(46)내과과장은 『얼마전 「이종사촌간」이라며 신장이식을 원하는 환자에게 친척관계를 입증할 서류를 요구하자 다른 병원으로 갔다』고 말했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장기매매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밀매장기인 것을 알면서도 이식수술을 하는 일부 병원을 단속해야 겠지만 근본적으로 대가없이 장기를 기증하는 이들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한다.<박희정·정광진 기자>박희정·정광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