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종현 장기신용은행장의 구속은 충격적이다. 검찰은 덕산그룹에 대출편의를 제공해주는 조건으로 박성섭회장으로부터 세차례에 걸쳐 4천5백만원의 사례금을 받은 봉행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수재)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봉행장과 함께 구속된 김성진 전 대신투자자문사장은 덕산이 충북투금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사례금으로 10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와함께 덕산에 대한 대출과정에서 사례금을 받은 금융기관 임직원 16명을 적발, 조치했다. 이번 봉행장의 구속으로 문민정부 출범이후 각종 대출부조리와 비자금조성, 사정관련등으로 중도퇴임한 현직 은행장이 모두 13명에 달하게 됐다. 93년3월부터 지금까지 한두달이 멀다하고 계속해서 은행장들이 옷을 벗었고 그때마다 전체 금융계에 파문과 후유증이 뒤따랐다.
현직 은행장이 구속된 것은 지난 93년 4월 동화은행 비자금조성 및 대출 커미션 사건과 관련, 안영모 전 행장이 구속된 후 이번이 처음이어서 특히 충격과 파문이 크다.
이번 사건은 새정부 들어 금융계를 비롯한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 사정과 쇄신, 개혁바람이 휘몰아친 이후에도 고질적 금융비리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사정과 개혁만으로는 금융부조리를 척결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동시에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행장을 비롯한 은행 임직원들을 쉴새없이 문책하고 해임하고 구속하는데도 비리가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에 대해 금융당국의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할 것같다.
적발된 불법행위에 대해 사법조치가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우리 금융계에 토착화한 고질적 부조리를 척결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 냉정한 현실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대출제도와 관행, 심사제도와 신용조사등 은행업무 전반에 걸쳐 좀더 근본적이고 체계적이며 장기적인 개선대책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검찰과 은행감독원등 관계당국이 덕산그룹 뿐만 아니라 효산그룹 부도와 관련해서도 몇몇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대출비리 관련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금융계에 또 한차례 사정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자꾸 은행장들이 해임, 구속되고 금융계 전체가 만성적으로 사정한파에 휘말려 불안에 떠는 것도 경제의 안정을 위해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금융부조리는 재경원이나 은행감독원, 은행의 내부감사기능등에 의해 예방차원에서 자체적으로 해결, 개선돼 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은행경영의 개선 발전을 사법조치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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