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블린스키 중심 개혁파 패배땐 “유일한 대안”/정국추이 관망속 측근들 연임전략 “정중동”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64)이 내년 6월 실시 예정인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것인가. 선거를 1년여 남겨두고 최근 러시아정국은 옐친의 대선출마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사자인 옐친은 정국추이를 관망하면서 출마여부를 저울질하고 있으나 공식적인 언급은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현재 크렘린궁 측근인사들은 옐친의 출마에 대비한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옐친의 출마선언 시기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조기선언을 예상하는 일부 분석가들은 5월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차대전 전승50주년 기념행사 이전으로 그 시점을 잡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측통들은 옐친이 출마선언을 하더라도 선거가 임박할 때 발표하지 결코 조기에 속내를 드러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옐친이 대선문제가 이슈화하는 것을 기피하는 이유는 우선 올 연말 실시될 의회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비록 하원인 국가 두마내에 친옐친 교섭단체가 결성되기는 했으나 아직 공식적으로 옐친을 대통령후보로 추천한다는 정당이 없는 데다 개혁세력의 분열등으로 자신의 지지기반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만약 개혁세력들이 「야블로코 블록」을 중심으로 결집, 차기대통령으로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는 야블린스키를 옹립하고 의회선거에서 대승을 거둔다면 옐친의 출마가능성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극우 민족세력인 자유민주당의 지리노프스키나 공산당의 주가노프가 의회선거에서 대승을 거둘 경우 현 집권세력에게는 옐친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것만이 정치적 보복을 피하고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이다. 결국 의회선거결과가 옐친의 출마여부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두번째는 옐친의 건강문제. 옐친은 그동안 수차례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여주었으며 음주벽이 있는 것으로 이미 정평이 나있다. 때문에 옐친은 자신의 건강에 대한 여론을 의식, 선뜻 대통령출마를 공언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일부의 조심스런 관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옐친 측근들은 연임을 위해 분주하게 뛰고 있다. 리브시츠 대통령경제보좌관은 『옐친의 참모진들은 정권재창출을 위해 각종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코르자코프 대통령경호실장을 중심으로 한 비밀정책센터들도 여론조사등 정지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민들이 정치권 전반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옐친이 경제난과 범죄등 산적한 국정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어떻게 제시하는가에 따라 자신의 향후 입지가 결정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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