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판 밀수·해커들 채용 암호풀어 서울지검 서부지청 형사1부(송주환 부장검사)는 11일 50억원어치의 오락실용 일본제 컴퓨터게임 프로그램을 불법복제, 시중에 판 황현도(32)씨등 12명을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위반혐의로 구속하고 복제전문가 김모씨등 11명을 수배했다.
검찰은 또 프로그램기판을 밀수한 우승한(35)씨등 9명을 관세법위반등 혐의로 구속하고 전동화(46)씨등 27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검찰에 의하면 황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대림전자상가 (주)진솔무역 사무실에서 일본 SNK사의 오락실용 게임프로그램 「사무라이 쇼다운2」「킹 오브 파이터」등의 게임기판 5천여개(시가 50억원상당)를 불법복제, 최준화(25·구속)씨등 중간유통업자 11명에게 공급한 혐의다.
일본제 오락기용 컴퓨터게임 프로그램을 불법복제한 업자들의 뒤에는 국내 최고 해커들이 숨어 있었다.
이 암호장치는 일본업체가 무려 2백억원을 들여 만든 가로 1.5㎝ 세로 1㎝ 가량의 칩에 내장된 것으로 암호를 풀려면 슈퍼컴퓨터로 6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울의 명문공대를 졸업한 김씨는 이 「철통같은」 암호장치를 단 2주만에 해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의하면 김씨는 대기업에서 10년간 회로설계전문가로 일하다 현재는 소프트웨어 개발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검찰은 김씨외에도 4∼5명의 복제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이들의 신분은 베일에 가려 있다. 검찰은 이들중 최고수는 서울 유명대 대학원에 재학중이라는 정보만 확인했다. 이들은 절대 표면에 나서지 않아 복제업자들조차 얼굴을 모른다. 이들은 복제방지프로그램을 해독해 주는 대가로 건당 1천만∼2천만원을 받을 뿐 프로그램 복제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간 8천억원대에 이르는 오락게임 프로그램시장의 절반정도를 불법복제품이 점령하고 있는 데는 이들 얼굴없는 해커들의 존재가 절대적이다. 이들의 활동으로 피해를 입는 것은 일본 메이커뿐만이 아니다. 피해가 큰 것은 오히려 국내의 중소 컴퓨터 프로그램 전문업체들이다. 해커들과 복제업자들은 국내 업체들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개발한 프로그램까지 마구 복제, 국내 업체들은 경쟁력을 잃고 도산하고 있다. 구속된 황씨도 3년전 10억원을 들여 「에니멀 하우스」라는 게임을 개발했지만 복제품이 나돈 탓에 참담한 실패를 맛본뒤 불법복제업자로 변신했다.
우리나라는 대만 이탈리아등과 함께 불법복제가 가장 성행하는 나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복제기술은 단연 세계 제일이어서 우리 복제전문가가 이탈리아에 초빙되는 정도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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