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지방선거 무소속 혁명/「깨끗한정치」내세워 돈·조직 제압/「2원구락부」 참여 여성참정 선구자 이치가와신념 계승/동갑·연예인·참의원 경력비슷/도덕·참신성 유권자 기대모아 「돈안드는 선거, 깨끗한 선거」를 내세운 도덕성과 참신함앞에는 돈도 정당조직도 행정경험도 무력했다. 9일 실시된 일본의 통일지방선거에서 무소속의 아오시마 유키오(청도행남)와 요코야마 노크(횡산 KNOCK)가 「돈안드는 깨끗한 선거」를 실천해 쟁쟁한 경력의 정당연합공천 후보를 눌렀다. 도쿄도지사와 오사카(대판)부지사에 각각 당선된 아오시마와 요코야마는 깨끗한 정치외에도 닮은 점이 많다.
일본의 전체라고 해도 될 간토(관동)와 간사이(관서)의 중핵인 도쿄와 오사카의 살림을 떠맡은 두 사람은 모두 TV화면을 통해 서민들에 깊은 인상을 심은 인기인 출신이고 32년생 동갑이다. 지난 68년 나란히 참의원에 당선된 이래 아오시마는 5선, 요코야마는 4선의 정치경력도 쌓아왔다.
아오시마의 대중적 인기는 67년 니혼(일본)TV의 인기드라마 「심술궂은 할머니」에서 주연인 할머니역으로 배꼽을 잡게 만들면서 본격화했다. 이에 앞서 요코야마는 60년에 만담트리오를 구성, 새로운 코미디형식을 선보이며 「빵 빠카 빵」이란 유행어를 지금까지도 이어지게 할만큼 인기를 누렸다.
두사람이 나란히 「1천2백만의 도정」과 「8백70만 부정」을 맡은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코미디언에 일본 동서를 맡기는 것은 무책임한 세태』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기존정당에 대한 반발이 지명도를 중심으로 흡수됐다는 선거결과 분석에 기인한다.
그러나 또다른 한편에서는 두사람의 공통점중 코미디언출신이라는 점보다는 다른 점을 눈여겨 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 두사람은 일본정치사와 일본여성운동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이치가와 후사에(시천방지·여) 전참의원의원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해 온 「이치가와 학교의 우등생 동기동창」이다.
지난 81년 87세로 타계한 이치가와는 아이치(애지)사범학교 졸업후 여성참정권운동을 선구적으로 주도, 1922년 여성의 정치활동자유화를 따낸 전설적인 인물이다.
아오시마와 요코야마는 68년 나란히 참의원에 진출한 직후 이치가와의 2원구락부에 참여해 『선거에 돈을 써서는 안된다. 돈을 쓰면 정치는 부패한다』는 깨끗한 정치를 익혔다.
이번 선거에서 아오시마가 정견방송과 선거공보외에 일체의 선거운동을 하지않고 법정선거비용의 0.1%에도 못미치는 5만엔만을 사용한 것은 결코 장난이 아니다. 그동안의 참의원 선거에서 2천8백∼1만2천엔을 썼다고 신고한데 비하면 도지사선거전의 양상을 감안해 대폭 증액된 것이다. 선거운동원은 부인과 가족, 비서1명등 6명이 전부였다.
요코야마의 선거운동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선거구전역을 돌며 베란다에 나와있는 주부들에 손을 흔들어 정감을 표하는 몸에 밴 운동방식을 채택, 돈들일 없이 선거를 치렀다.
새로운 정치에대한 일본인들의 기대가 깨끗한 정치를 필생의 정치신념으로 삼고 실천해온 두명의 「이치가와 학교 졸업생」에 기운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닐 것이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7월 참의원선거도 안심못한다”/일 정당 패인분석·대책/책임자 인책·무당파 신당결성 움직임
9일 실시된 일본의 13개 도도부현지사와 43개 도도부현 의원선거는 무소속후보의 약진과 기존 정당후보의 참패로 결말났다. 무소속과 정당연합 공천후보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도쿄(동경)와 오사카(대판)지사선거에서는 무소속후보가 나란히 당선됐고 지방의회 선거에서도 자민·사회당의 의석이 크게 줄어든 반면 무소속은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같은 결과는 국민들의 기존정당에 대한 불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정계에 「비정당화」라는 새로운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일본 국민들은 2년전 총선에서 자민당의 일당정치에 「노」라는 심판을 내려 비자민연립정권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비자민당의 호소카와(세천호희)정권과 그 뒤를 이은 하타(우전자)정권, 그리고 자민·사회·사키가케 3당의 무라야마(촌산부시)정권으로 넘어가면서 정치권은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 선거는 오는 7월의 참의원선거와 차기 중의원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여 각 정당은 패인분석과 함께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우선 자민당은 앞으로의 선거에선 관료출신을 내세워 각종단체와 조직을 동원하는 종래의 선거방식이 대도시에선 더이상 먹혀들지 않는다고 판단, 선거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당내에서는 이와테(암수), 아키다(추전), 미에(삼중)등 야당인 신진당과 대결한 3개현에서 1승2패로 당의 체면이 크게 손상된데 대해 모리 기시로(삼희랑)간사장에게 책임을 추궁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사회당은 중점을 둔 지방의회선거에서 기존의 3백42석이 2백77석으로 줄어들자 한동안 잠잠했던 민주리버럴신당론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야마하나 사다오(산화정부)전위원장이 중심이 된 신당결성 움직임은 지난달 신당문제검토위에서 「참의원선거이후로 한다」는 결정을 내려 보류상태에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모습으로는 참의원선거도 참패할 것』이란 비판이 나오자 구보 와타루(구보긍)서기장은 『무당파층을 영입하는 방향으로 신당을 결성해 참의원선거에 대비해야할 것』이라며 신당결성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을 시사했다.
야당인 신진당은 야당통합이후 국민들간에 지지도가 확산되지 않은데 고민하고 있다가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과의 맞대결한 3개현에서 승리하자 자신감을 찾은 분위기다.<도쿄=이재무 특파원>도쿄=이재무>
◎“일 국민 정치개혁 요구 현실화”/국내학자들의 분석/보수세력 이합집산 더 가속화될것
일본의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국내학계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일본정치의 과도기적 현상이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났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무소속후보들이 도쿄와 오사카등 대도시지역에서 정당추천후보를 누르고 당선한 것은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이 현실화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학자들은 『기존정당에만 얽매이지 않고 능력있고 참신한 인물을 충원하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며 일본 보수세력의 이합집산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복 서울대교수는 『일본국민들은 미국이나 유럽유권자들과 달리 정당에 대한 일체감이 약하고 정당에 대한 불신감도 높은편』이라며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결과만을 보고 일본정치가 곧바로 탈정당화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전망했다. 또 최상룡 고려대교수는 『이미 80년대 후반부터 지지정당이 없는 이른바 무당파층이 증가돼왔다』면서 『기존정당후보의 패배는 이미 예견되어온 상황이었다』고 분석했다.
김익식 지방행정연구원 지방행정실장은 『일본과 우리나라의 경우를 똑같이 볼 수는 없지만 기성정치권에 대한 혐오감이 있는 것은 우리와 비슷하다고 본다』고 진단하고 『중앙정치무대의 문제점들이 결국 지역주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반감과 무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종수 연세대교수도 일본지방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표출된데 있다고 밝히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율이 50%선에 머물고 무소속후보가 약진한 것만 보더라도 일본정치권의 판도를 잘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교수는 『일본은 특히 지난88년 리크루트사건이후 정치부패에 따른 정치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이같은 분위기가 기성정당의 인기를 잠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장현규 기자>장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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