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셋의…」등 20여종… 최고 40만부나/여성들의 강한 「자기실현욕」 반영/“슈퍼우먼 콤플렉스 조장”비판도 성공한 여자들의 자전적 에세이가 여성들 사이에 인기다. 최근 들어 대형서점에서는 40만부가 팔렸다는 국제 로비스트 조안 리씨의 「스물 셋의 사랑 마흔 아홉의 성공」을 비롯, 서양화가 이정순씨의 「강한 여자는 수채화처럼 산다」, 외환딜러 김상경씨의「나는 나를 베팅한다」, 전 환경처장관 황산성씨의 「엄마는 변호사라면서 왜 그리 모자라」, 성악가 조수미씨의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방송인 오숙희씨의 「그래 수다로 풀자」 등 20여종에 달하는 여성수필집이 두드러진 판매고를 보이고 있다.
이미 베스트셀러가 된 닥종이 인형작가 김영희씨의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전위무용가 홍신자씨의 「자유를 위한 변명」도 꾸준히 나간다. 출판계에서는 『베스트 셀러를 내려면 전문직 여성을 잡아라』는 말까지 있다.
이 책들의 저자들은 하나같이 각 분야에서 맹렬히 활동하고 있는 30대이상의 전문직 여성들로 남자들도 버티기 힘들다는 우리나라 사회에서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성공을 거둔 이들이다. 책내용은 자신들의 과거와 현재를 생생하게 풀어놓은 것이며 글솜씨도 웬만하고 재미있을 뿐 아니라 더러 교훈적인 내용도 있다.
이런 책들이 널리 읽히는데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긍정적인 입장에서는 그만큼 80년대 이후 눈에 띄게 늘어난 전문직 여성들이 이제는 확고히 자리를 잡은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들의 얘기는 많은 여성들에게 용기를 준다는 것이다.
반면 이 책들이 슈퍼우먼 콤플렉스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아직까지도 여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가가 따라야 하는 우리 사회에서 일과 가정 두가지를 다 잘해내기는 극히 어렵고 따라서 그렇지 못한 대다수 여성들은 이 책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려한다는 것이다. 여성문화예술기획 박미라 총무는 『이런 삶을 누릴 수 있는 여성은 아직 극소수』라며 『이들의 자전적 에세이는 출판사의 포장술에 의해 성공했다는 사실만이 부풀려져 여성들에게 나 혼자만 잘하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런 현상이 전반적인 여성지위 향상과 함께 자기를 실현할 줄 아는 강하고 능력있는 여성에 대한 전체 여성들의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만부가 팔린「때론 나도 미치고 싶다」를 쓴 신경정신의 이나미씨는 『주변에서 일이나 잘하지 글은 뭐하러 쓰냐는 소리도 들었지만 이제는 일하는 여성들도 능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자기 얘기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냐』며 달라진 세태를 대변했다.<김지영 기자>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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