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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사고로 본 중소금융기관 외환관리 실태·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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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사고로 본 중소금융기관 외환관리 실태·문제점

입력
1995.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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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개방파고앞에 “모래성”/내부통제없이 도박성투기·전문가양성 무관심/과정은 무시한채 이익내면 좋고 손해보면 문책 국제외환시장이 극도의 불안정한 양상을 보이면서 금융기관에 외환관리 비상이 걸렸다. 수협중앙회의 거액 외환사고는 외환시장 개방을 앞두고 있는 국내 금융기관들의 외환거래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거센 파도앞에 놓인 모래성, 또는 호랑이에 달려드는 하룻강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런 준비도 경험도 없이, 수조달러에 달하는 투기자금이 휘젓고 다니는 국제외환시장에서 겁없이 베팅을 해대다가 수백억원의 돈을 순식간에 날린 것이다. 수협의 경우 외환거래를 담당과장 한 사람에게 전적으로 일임한데서 문제가 비롯됐다고 은행감독원측은 보고 있다. 내부적으로 통제장치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중은행들은 외환거래에 엄격한 규제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딜러에 대해 개인별 또는 팀별로 정해져 있는 투자한도(Position)와 손실한도이다. 또 딜링업무와 정산(Accounting)업무를 엄격히 분리, 운영하고 있다. 투자한도와 손실한도는 물론 금융기관마다 다르지만 한도는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다. 만약 특정딜러가 자신에게 주어진 손실한도가 넘으면 미련없이 손해를 보더라도 보유외화를 팔아야 한다. 이른바 손절매(Stoploss)를 하는 것이다. 계속 갖고 있을 경우 손실이 더 커져 나중에는 감당하지 못하는 지경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큰 위험을 막기 위해 적은 손해는 감수한다는 것이다. 과거 도이치은행의 한 딜러가 밤샘작업까지 벌인 끝에 투자손실 만회에는 성공했지만 결국 해고당한 사례가 있다. 손실을 만회하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손실한도를 넘어섰는데도 보유달러를 매각 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가 됐다. 딜러에 대한 엄격한 위험관리의 좋은 예다.

 대부분의 은행은 또 딜링업무와 그에 대한 정산업무를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위험을 외부에서 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딜러들의 투자실적을 다른 사람이 관리하도록 함으로써 과도한 투자를 막으려는 장치이다.

 그런데 수협의 경우는 이러한 견제와 통제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채 딜러 한사람이 이같은 일을 모두 처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제도적인 장치와 함께 그동안 국내 금융기관들이 외환전문가 양성에 무관심했던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외환에 대한 무지와 외환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부족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경영진들이 내부 통제장치를 전혀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인에게 모든 일을 맡겨놓았던 것이 이를 말해준다.

 문제는 이같은 사례가 수협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데 있다. 금융계에서는 수협 이외에 아직까지 드러난 거액 환손실은 없지만 비슷한 사례가 또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방은행이나 영세 금융기관등의 경우 외환전문가가 부족하고 이에 대한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예가 많아 그 개연성이 높은 편이다. 89년 3백46억원의 외환손실을 입었던 광주은행이 이와같은 문제를 똑같이 안고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외환시장의 본격적인 개방과 환율급변 상황을 맞아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외환관리에 대한 인식제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수협사건은 「투자사고」라기보다는 「경영사고」에 가깝다』며 경영진의 관리허술을 꼬집었다. 그는 『과정은 무시하고 이익만 내면 잘한 것이고, 손실을 보면 사고로 처리하는 잘못된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김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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