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돈 600∼1,500원대 “가격파괴”/서점 편한 분위기연출 고객 유도 장기불황에 시달리는 각국 출판계가 도서 구매자를 한 사람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럽의 대형 출판사들은 책의 군살을 대폭 뺀 저가기획으로, 미국 서점들은 「서점은 편안하게 책을 보며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 개선으로 독자들을 끌고 있다. 책이라는 상품을 팔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는 외국의 사례는 불황에 고심하는 우리 출판·서점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페인의 대형출판기업인 아나야그룹은 93년부터 1백 페세타(약6백6원)짜리 책을 만들어 팔고 있다. 다윈이나 브로델같은 학자들의 소작을 모은 이 책들은 값이 싸지만 인쇄와 디자인의 질을 높여 상품성을 높였다.
영국에서도 1파운드(약 1천2백40원)대의 고전 재출판이 출판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시인 워즈워드의 작품집등 양질의 고전이 싼 값으로 쏟아져 나올 때는 『책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비난했던 영국의 최대 출판사 펭귄도 결국 이 대열에 합류할 정도로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재출판을 전문으로 했던 플람마리옹과 아셰트, 재고서적을 전문 판매하는 막시 리브르등 출판사와 서적 판매상들을 중심으로 프랑스에서는 10프랑(약 1천5백원) 정도면 살 수 있는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 플람마리옹이 「리브리오」기획으로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등 작가들의 단편을 골라 이 가격에 내고 있고 아셰트도 두께가 얇은 고전들을 비슷한 가격에 내놓았다.
도서의 적정가를 고수하는 전통이 강했던 유럽에서 저가출판이 선풍을 일으키는 데는 도서 판매부진과 함께 소비자의 구매행태변화가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의 한 여론조사는 응답자중 76%가 책을 사면서 가격을 비교했다고 대답했고(88년 비슷한 조사에서는 61%), 필요한 책이 있더라도 바로 구매하지 않고 도서할인기간까지 기다린다고 응답한 사람이 88년 21%에서 53%로 늘어났다.
한편 미국에서는 서점들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덴버(콜로라도주)의 「태터드 커버(TATTERED COVER)」. 「서점을 도서관보다 더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만들자」는 목표아래 서점내 곳곳에 쉴 수 있는 자리를 만든 것은 물론 낡은 탁자와 벨벳 소파등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 서점의 운영자는 『사람들이 서점을 안식처로 느낄 수 있는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려 애쓰고 있다』고 말한다. 이 서점은 구매자들의 편의를 위해 운영시간을 늘렸고 점내에 커피점을 만들었다. 앞으로는 조용한 레스토랑까지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 5년 사이에 5백개가 넘는 대형서점을 개설하면서 대량할인등 가격파괴 정책으로 중소서점을 위협한 미국의 반스&노블, 보더, 크라운등 유통전문업체들도 이런 분위기 쇄신전략을 따라가고 있는 형편이다. 반스&노블의 체인 서점들이 편안한 안락의자, 초록빛 카펫으로 태터드 커버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환경을 바꾸는 것이 그 대표적 예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