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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의 선택(장명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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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의 선택(장명수칼럼)

입력
1995.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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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에 대한 두건의 기사가 같은날 신문에 실렸다. 홍두표 KBS사장이 시청률 경쟁을 무시하고 공영방송다운 프로그램을 만들 것을 다짐했다는 것은 반가운 뉴스다. 그러나 여야 대변인 대담프로에서 야당대변인의 발언 일부를 삭제하여 편파보도라는 구설에 오르고 있다는 것은 불쾌한 소식이다. 『KBS가 공영성에 충실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앞으로는 시청률 비교조사 결과를 보지도 말고, 참고하지도 말라. 국내방송사들과 시청률 경쟁을 하지 말고, 해외 방송사들과 좋은 프로만들기 경쟁을 하라』고 홍사장은 지난 7일 간부회의에서 선언했다고 한다. 그의 주장은 KBS 1TV가 광고를 폐지한후 공영성을 의식하며 프로그램을 만든 결과 오히려 시청률이 올라가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왔다는데, 그렇다면 더욱 반가운 일이다.

 방송사간의 시청률 경쟁은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지 못하고, 흥미위주의 저질 경쟁으로 흐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드라마인데, 같은 시간대의 다른 드라마들보다 높은 시청률을 올리려고 기를 쓰다보니 상식이하의 졸작들이 인기를 모으는 기현상이 벌어지곤 한다. 시청료를 받는 KBS가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좋은 프로를 만들겠다는 선언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지난 7일 저녁 KBS 1TV 뉴스라인에 초대된 여야 대변인들은 50초로 제한된 시간안에 사회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대담을 진행했는데, 중간에 잘린듯 부자연스럽게 짧은 답변이 한두군데 있었다. 민주당의 박지원대변인은 『대통령의 선심성 공약남발에 대한 비판과 민주당 공천을 받으려는 일부 퇴직구청장들이 압력을 받고 있다는 내용등 나의 답변중 일부가 삭제됐다』면서 편파보도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민자당 대변인의 답변은 55초동안 방영됐으나 자신의 답변은 19초만 방영됐다고 주장했다.

 KBS측은 『그 프로는 과열된 선거분위기 진정을 위해 바람직한 대변인론을 생각해 보자는 의도에서 기획되었고, 사전에 여야 대변인들에게 충분히 기획의도를 알렸으나, 박대변인이 특정인의 이름을 노골적으로 거론하여 그 부분을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 해명은 설득력이 약하다. 야당대변인이 기획의도를 무시하고 상투적인 비난을 늘어놓았다면 그에 대한 판단은 시청자들에게 맡겨야 한다. 시청자들의 판단력을 믿어야 한다.

 전체의 흐름을 거두절미하는 편파보도와 왜곡보도, 방송의 가공할 여론조작을 우리는 지나간 시대의 악몽으로 기억하고 있다. 문민시대의 공영방송이 다시 가위질을 시작했다는 야당 대변인의 주장은 지방선거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불길하게 들린다. 온 국민에게 시청료를 받는 KBS는 정부여당의 방송이 아니다. 홍사장의 공영성강조 의지에는 당연히 그런 부분이 포함돼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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