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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벌목공의 반발(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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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벌목공의 반발(장명수 칼럼)

입력
1995.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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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유린과 굶주림으로 악명높은 시베리아의 북한 벌목장을 탈출하여 서울에 온 벌목공들은 어떻게 적응하고 있을까. 최근 한 신문이 보도한 그들의 근황은 우리를 당황하게 한다. 작년에 망명한 벌목공 20여명은 직업훈련원에서 차량정비·기계조립등의 기술을 배우고 있는데, 그들중 일부는 『망명대우가 고작 직업훈련이냐. 이제 기술을 배워 어디다 쓰란 말이냐. 앞서 귀순한 사람들처럼 정착금을 달라』고 주장하며 욕설을 퍼붓고, 여직원을 희롱하는등 소란을 부린다고 한다. 그같은 사태는 정부의 귀순자 대책이 정착금지원에서 자립능력훈련으로 바뀌면서 빚어지고 있는 것인데, 우리가 맞이할 통일의 갈등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한에 가면 잘살 수 있다』거나 『거액의 정착금을 준다』는 소문을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 어떤 경로로 권유를 받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작년 8월 귀순북한동포 보호법 시행령 개정으로 귀순자 대우는 크게 달라졌다. 그 이전에는 단신귀순한 경우 월최저임금의 60배(작년 1천5백만원)의 정착금과 15평이하의 주택을 받았으나, 지금은 월 최저임금의 20배(작년 4백90만원)와 주택자금을 융자받는 정도다. 벌목공들도 귀순시기에 따라 대우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벌목공들의 반발은 북한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경험담을 떠올리게 한다. 북한에 봉재공장을 차린 한 기업은 북한의 책임자급 기술자를 중국으로 불러내어 기술지도를 하거나 팩시밀리를 통해 지도할 뿐 직접 북한 근로자들에게 일을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 주요 원인은 북한당국의 개방공포때문이지만, 우리가 북한 사람들에게 직접 일을 가르치게 될 때의 갈등도 짐작할 수 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경제원조를 하고, 새 제도에 적응하는 지식과 기술을 가르쳐야하는 통일의 어려움을 우리는 독일에서 보고 있다. 베푸는 쪽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로 힘겹고, 받는쪽은 「2등국민」으로서의 좌절감이 심각하다. 남한은 부자이니 통일이 되면 잘살 수 있으리라고 기대해온 북한동포들이 막상 통일이 되었을 때 부딪칠 현실, 애써 그들을 돕는데도 감사는 커녕 거친 반발이 돌아올 때 남한사람들이 느낄 실망, 우리의 갈등은 독일보다 더 심할 가능성이 높다.

 귀순자 정책이 정착금 지원에서 기술훈련 위주로 바뀐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제는 정부도 국민도 우리가 잘 산다는 우월감에서 벗어나 통일후 부딪칠 현실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 『이제 기술을 배워서 무엇하라는 말이냐』라는 북한 벌목공들의 행패는 적나라한 통일의 한 예고편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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