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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에도 향기가 있다(천자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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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에도 향기가 있다(천자춘추)

입력
1995.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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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생활 속에는 여러가지 소리와 음악들이 소리로 쓰인다. 예를 들면 전화기는 수신음, 송신음, 통화중 신호등 여러가지 소리와 함께 수화기를 들고 기다릴 때 쓰이는 음악까지 상당히 다양한 소리와 음악을 사용한다. 초인종소리 또한 우리와 친근하다. 지하철에서 사용하는 신호음, 횡단보도에서 사용하는 신호음등 교통과 관계된 것도 있다. 어떤 차들은 후진기어를 넣을 때 「엘리자를 위하여」가 나오기도 한다. 병원이나 백화점같은 큰 건물에서는 안내방송 앞에 딩동댕하는 종소리로 신호를 보낸다. 극장이나 음악회장에서는 공연시작을, 교회와 사찰에서는 각각 집회나 예불을 알리는 종소리를 내보낸다. 이러한 생활 속의 신호소리 및 음악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중요한 환경 중의 하나로서 이를 통하여 환경에 대한 우리의 의식수준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내가 자주 들르는 어느 백화점의 안내방송에서는 딩동댕소리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상하게 틀린 음정으로 되어 있어 흉내내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따라서 이 백화점에 대한 인상은 자연히 세심하게 정돈되지 못했다는 쪽으로 기운다.

 생활 속의 신호음으로서 그래도 좋게 느껴지는 것은 교회 종소리다. 요즈음은 찬송가를 차임벨로 녹음한 것을 확성기로 내보내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아직도 직접 종을 치는 곳이 있다. 서울의 경우 명동성당과 성공회대성당이 그렇다. 매일 낮 12시 하오 6시에 침으로써 바쁜 일상중에 명상의 계기를 가져다 주는 이 타종은 그 교회들만큼 역사도 오래되었다.

 그래도 제일 유서깊고 사람들로부터 애호를 받는 것은 보신각의 종소리일 것이다. 현재는 고작해야 새해 첫날 제야의 종으로 이용되는 정도지만 그 웅장하고 깊은 소리는 가히 시민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되돌아 보게 만들만하다. 원래 서울 장안의 시계노릇을 했다고 하는 이 종을 일년에 한번 남짓 사용하는 것은 아깝다. 하루에 한두번 혹은 더 자주라도 침으로써 시민들로 하여금 은연중에 그 그윽한 소리를 닮은 삶을 살게 만들어 보면 어떨가?<이건용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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