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말기 36살 연상노인 병수발들다 결혼… 한달후 사망/외동딸이 혼인무효소… 법원 “육체관계없어도 부부”판결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는 6일 3년전 폐암으로 사망한 오모(당시 70세)씨와 사망 한달전 결혼한 구모(37)씨를 상대로 오씨의 외동딸(41)이 낸 혼인무효확인 소송에서 『노령의 오씨가 젊은 구씨와 육체관계를 맺지 못했더라도 사랑으로 이뤄진 부부관계를 부인할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구씨는 남편과 이혼하고 9살난 아들을 키우던 89년 폐암말기인 동네노인 오씨의 간병을 맡았다. 부인과 사별한 오씨는 외동딸마저 미국으로 이민가 혼자 투병하는 처지였다.
구씨는 아들과 함께 오씨 집에 기거하며 병수발과 살림까지 맡았다. 노인은 서울 정릉의 방 4개짜리 집이 재산의 전부였다. 구씨는 방 3개를 월세로 내주고 동네음식점 주방일을 거들어 치료비와 생활비를 마련했다.
노인은 모처럼 가정의 편안함을 얻었다. 통증이 덜한 날이면 구씨 모자의 부축을 받아 외출하는 것을 더 없이 즐거워했다. 노인은 92년8월 36살 연하의 구씨에게 구혼했다. 죽음을 앞둔 노인의 애틋한 정을 받아들여 혼인신고를 한 다음달 노인은 구씨의 손을 잡고 조용히 운명했다.
미국에서 온 외동딸은 『중병으로 의사능력이 없는 아버지를 속여 혼인신고를 했고 부부로서 육체관계도 전혀 없었다』며 혼인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재판장 정덕흥부장판사)는 『병원조회 결과 혼인당시 오씨의 의사능력에 문제가 없었고 육체관계를 맺지 못한 것은 부부관계의 본질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판결했다.<박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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