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단 정전사고 원인 판단/허물고 돌아서면 또지어 “애로” 「까치집을 찾아라」
한국전력은 최근 전신주 꼭대기의 까치집을 찾아 제거하기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길조의 보금자리를 부수는 웬 놀부짓이냐』고 나무랄지 모르지만, 까치집이 크고 작은 정전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어 불가피하다.
요즘 까치들은 주택 처마아래나 도로옆 키작은 나무보다 높은 전신주 위에 즐겨 집을 짓는다. 미물도 자동차 소음공해등을 피하려는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또 둥지를 치는데 필요한 나뭇가지를 구하기 어려워진 탓인지 공사장 철근조각이나 철사, 심지어 숟가락 포크등 「현대식 자재」를 마구 물어온다.
한전에 의하면 지난해 발생한 3천5백여건의 정전사고중 까치등 조류의 접촉에 의한 사고가 10%가 넘는다. 까치가 유난히 많은 의정부 동두천일대를 관할하는 한전 의정부지사의 경우 지난해 발생한 정전사고 1백61건중 까치에 의한 사고가 44건이나 됐고, 올들어서도 벌써 16건이 발생했다.
까치집 제거작전은 생각보다 어렵다. 철거반원들이 전신주에 올라가 합성수지로 만든 막대기로 까치집을 허물고 나면 까치는 1∼2일, 심지어 3∼4시간뒤면 돌아와 다시 보금자리를 만든다. 이 때문에 까치가 전신주위에 둥지를 치는 것을 포기하게 하려면 10차례 이상 허물기와 집짓기를 되풀이하는 공방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철거반원들은 『성가시기 이를데 없지만, 때로 미물의 끈질긴 집념에 딱한 생각도 든다』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한전측은 까치들이 전신주에 집을 짓는 것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2∼3년전부터 온갓 놀부짓을 골라하고 있다. 전신주위에 빙초산이나 나프탈렌을 뿌려 악취내기, 바람개비 반사유리 끈끈이 뱀 독수리 사람 눈 모형등을 설치해 겁주기, 까치들이 앉으면 미끄러지는 아치형 「까치텐트」를 설치해 놀래주기 등이다. 그러나 까치는 여전히 전신주에 집을 짓고 있고, 한전의 속앓이는 계속되고 있다.<김성호 기자>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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