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사기저하… 이직희망 많아 충격 의사는 지금까지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는 전문인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며칠전 각신문에 의사의 55%가 직업을 바꾸고 싶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보도돼 충격을 주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의사들은 가장 큰 요인으로 의료분쟁을 들었다. 의사가 의료분쟁에 휘말려 자살하는 예가 드물지 않게 보도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의사가 모든 병을 낫게 하지는 못한다. 다만 통증을 덜어주고 빨리 낫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래서 질병을 치유한다고 하지 않고 치료한다고 말한다.
하루에 50명을 진료하는 내과의사는 1년에 1만여명, 평생에 30만∼40만명을 진료한다. 이중 한두번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생겨서 의료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과거에는 진료결과가 기대밖이라 하더라도 밤새워 진료해준 의사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나 요즘엔 의사에게 과오가 없고 불가항력적인 경우라 할지라도 환자와 충분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물론 의사의 절반 이상이 전직을 희망한다고 해서 모두 의업을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소명감을 가지고 일하던 의사들이 마지 못해 일하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손해는 환자에게 돌아온다. 미국에서 산부인과의사들이 의료분쟁 때문에 분만담당을 기피하여 아기를 낳으려면 멀리 떨어진 시립병원까지 가야하는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 더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닌 것같다.
의료분쟁을 일으키는 환자나 의사는 매우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의사는 의업을 천직으로 아는 선량한 전문인이며 대부분의 국민은 이런 의사를 존경한다. 그러나 극소수의 경우에 발생하는 의료분쟁 때문에 의사의 사기가 떨어진다면 그것은 바로 국민의 손해다.
밤을 새우며 국민건강을 지키는 의사를 격려하는 것이 우리 모두 건강할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니겠는가. <유승흠·연세대의대 예방의학과교수>유승흠·연세대의대 예방의학과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