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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혼돈 극복” 실험연극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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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혼돈 극복” 실험연극 봇물

입력
1995.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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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과 형식전」­잇단 3개극 가치상실 탈피 모색/「마라/사드」「목공지…」­혁명·소외 등 다룬 한작가 두작품 세계와 내가 끝없이 갈등하는 장인 연극 속에서 지금 세상은 어떻게 정의되고 있는가. 혼란스런 사회는 정체가 잡히지 않고 가난하기에 저항적일 수 있었던 연극엔 찬 바람만 분다. 이 혼돈 속에서 연극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자문하는 실험극들이 젊은 연극인들에 의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연출인들이 합심해 마련한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는 제2회 연극판―관점95 「상황과 형식전」을 5일 개막한다. 40대 연출인 이윤택 박찬빈에 신예 이성열이 가세, 「장 주네의 하녀들」(장 주네 작) 「미친 동물의 역사」(윤대성 작) 「죽이고 또 죽이고」(정세희 재구성)를 무대에 올린다.

 「상황과 형식전」이라는 이름에는 현실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연극은 볼거리로서의 쇼나 단순한 광대놀음에 지나지 않는다는 전제아래, 가치중심을 상실한 상황에서 어떻게 연극을 할 것인가하는 방법(형식)을 추구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연출가 이윤택은 『볼거리를 찾아 대학로를 배회하는 관객들을 기대하지 말고 거품흥행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가난한 연극으로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말한다.

 「장 주네의 하녀들」(5∼23일)은 여주인이 없는 빈 집에서 두 하녀가 벌이는 주인-하녀 연극놀이. 연출가 이성열은 이를 「절망의 늪에서 피어난 가장 가슴 아프고 장엄한 놀이」라고 일컫는다. 「미친 동물의 역사」(28일∼5월14일)는 소시민을 죽음에 몰아 넣고 잔혹한 고해성사의 제의를 진행하는 내용이다. 이윤택의 의도는 우리 사회의  긴장과 비판의식을 일깨우겠다는 것이다. 「죽이고 또 죽이고」(5월17∼30일)는 소포클레스 작 「엘렉트라」를 원작으로 한 사회심리극이다.

 또 초현실주의에서부터 사회주의 리얼리즘까지의 스펙트럼을 보이는 독일 극작가 페터 바이스의 두 작품이 서로 다른 극단에 의해 공연, 연기와 코러스등 다양한 표현방식을 선보인다. 극단 오늘은 「마라/사드」(6일∼5월7일·소극장 오늘)에서 혁명과 광기를, 극단 가교는 「목공지씨 못 봤소?!」(6∼22일·예술의전당)에서 개인의 소외문제를 다룬다.

 「마라/사드」는 프랑스혁명의 과격한 지도자 장 폴 마라가 1793년 살해되기까지의 과정을 혁명의 열기가 수그러든 1808년 정신병원에서 사드 후작과 환자들이 재현하는 극중극. 자신도 피부병의 통증에 시달리면서 끊임없이 격문을 써대는 혁명가 마라와 『아무나 붙들고 살을 섞을 수 없다면 그게 무슨 혁명이란 말이냐』고 말하는 극단적 개인주의자 사드의 대립이 혁명의 피빛 광기·정신병자의 광기에 어지럽게 얽혀든다.

 연출자 위성신은 『권력을 장악하지 못한 혁명이 광기로 치부되어 버린다면 그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또 지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사상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을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목공지…」는 극단 가교의 창단30주년 기념공연 제1탄으로 목공지라는 시민이 어느 날 영문도 모른채 감옥에 갇히면서 시작된다. 구성과 연출을 맡아 이 작품을 소극으로 만들어낸 이 송은 『복잡하고 진단하기 어려운 사회에서 관객들이 뒤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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