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필버그 수제자 “귀재는 귀재를 낳고…”/「포레스트 검프」로 메이저리그급 반열에 「귀재는 귀재를 낳고」라는 말은 미국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그의 수제자 로버트 저메키스(ROBERT ZEMECKIS·42)의 관계를 두고 하는 말 같다. 저메키스가 쓴 비틀스열풍을 풍자한 각본 「그대 손을 잡고 싶어」(78년)를 읽어본 스필버그는 자기가 제작자가 되기로 하고 저메키스를 감독으로 데뷔시켰다.
스필버그는 이후 저메키스를 메이저 리그급 감독의 위치에 올려놓은 두 영화 「백 투 더 퓨처」(85년)와 「누가 로저 래빗을 쏘았는가」(88년)를 비롯해 대부분의 저메키스영화를 제작했다.
지난 28일(한국시각) LA에서 열린 제67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포레스트 검프」로 감독상을 받은 저메키스가 스필버그에게 직접 감사의 뜻을 표명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시카고태생으로 조지 루커스를 배출한 LA의 USC영화대학원을 나온 저메키스는 TV광고필름을 편집하면서 영화계에 입문했다. 그의 많은 영화들이 숨돌릴 새 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가운데 정지없는 장면전환으로 구성되는 것은 편집자의 경험에서 연유한 것이다.
저메키스는 『좋은 연출은 좋은 각본과 좋은 배역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자신이 각본가 출신이기 때문인데 그의 영화들은 모두 코미디이면서도 각본은 매우 정밀하고 플롯이 복잡하다. 저메키스의 코미디는 겉으로는 무해하고 즐겁게 보이지만 한 겹 걷어내고 보면 모두 다크 코미디이다.
악몽같은 세상사에 휘말린 개인이 주인공인데 이들은 모두 살아남기 위해 문화의 어두운 힘에 굴복하고 만다. 올해 아카데미 작품·감독·남우주연상등 모두 6개를 휩쓸어 간 「포레스트 검프」가 바로 이같은 저메키스의 작품성격을 잘 나타낸 영화다.
IQ 75인 바보 검프(톰 행크스)는 요즘에는 사라져버린 정직과 관대와 예절, 그리고 성실과 선 같은 미국의 미덕을 상징하고 있다. 사람들은 검프를 통해 순진하고 순수한 마음만이 이 세상에 꿈과 희망과 용서와 사랑을 베풀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배우면서 희미해진 미국의 미덕에 대한 향수를 달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검프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세상과 타협함으로써 가능했다. 세상의 법칙에 도전했던 검프의 베트남전 전우 버바와 검프의 애인 제니(로빈 라이트)는 모두 제 명까지 살지 못 했다. 어눌한 것 같은 영화의 내면에는 이런 어두운 메시지가 있다.
「포레스트 검프」를 비롯한 저메키스의 영화는 과거를 배경으로 한 것이 많다. 영상 우화작가였던 프랭크 카프라감독(멋진 인생)을 좋아하는 저메키스의 낙천적 시절에 대한 향수 때문이다.
절묘한 희극적 타이밍 감각의 소유자인 저메키스는 특히 시각코미디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재주꾼으로 시각스타일은 스필버그와 데이빗 린의 영향을 받았다.
속도감 있고 세련된 연출스타일의 저메키스의 요체는 부단한 움직임으로 비평가들로부터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미국에서 1년 가까이 상영 중인 「포레스트 검프」는 지금까지 모두 3억1천여만달러(한화 약2천4백억원)의 흥행수입을 올리며 할리우드사상 네번째로 돈을 많이 번 영화가 됐다. 저메키스와 행크스는 이 영화로 각기 3천8백만달러(약2백96억원)정도를 벌었다. 순수를 빙자해 돈을 번 것 같아 찜찜하기도 하다.【미주본사 편집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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