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일반적으로 인간이 살을 비비고 부딪치며 살아가는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지난해 런던에서 발행된 「세계언어연감」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언어는 6천5백개정도인데, 에스페란토처럼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 모두 거의 그렇게 탄생했다. ◆아무리 훌륭한 언어라도 사용자가 없으면 소멸되게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현존하는 언어중 3분의1은 통신수단 발달과 TV의 침입, 각국 원주민에 대한 가중되는 경제압력으로 다음 세기에는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 언어는 대부분 사용자가 1천명이하의 것들이다. ◆인류역사상 얼마나 많은 언어가 생겨나고 사라졌는지 알 수 없으나 인류는 타민족이나 종족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배우기 쉬운 세계공통어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지녀왔다. 이런 소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 자연발생 언어와 길을 달리하는 인공국제어다. ◆지금까지 기록에 남아있는 인공국제어안만도 숫자, 기호, 그림문자등 약8백종에 이른다. 이를 발표한 사람은 무명인사가 많지만 데카르트, 라이프니츠 같은 저명한 철학자도 있다. 모든 인공국제어안은 발표 자체로 끝나고 말았지만 단하나 1887년 폴란드의 안과의사 자멘호프가 창안한 에스페란토만은 1세기가 지난 오늘에도 그 자락을 조금씩 넓혀오고 있다. ◆세계화 바람속에 외국어에 대한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승진조건으로 영어회화를 내세우는 회사까지 생겨났다. 세계공통어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비록 영어가 세계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언어라고는 하지만 굳이 어느 한 언어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떤 언어라도 그 나라를 이해하고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세계화시대에 걸맞은 국제어가 아닐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