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파산선고제는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자력회생이 불가능한 상태에 빠진 지자체를 구제키 위한 수단으로 제대로 활용될 수 있다면 제도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할 만하다. 3개월후 등장할 민선자치단체장들이 어려운 재정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무리한 사업을 추진하다 파탄에 빠질 소지를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주민들의 분출하는 욕구에 쫓아 엄청난 재정소요가 따르는 개발·투자사업을 즉흥적으로 추진하다 보면 가뜩이나 부실한 지방재정이 견뎌낼 수 없을 것이다. 지방재정측면에서 보면 지방자치전면실시가 우리에게 큰 모험이 될만큼 시·군·구등 기초자치단체의 재정실상은 너무나 빈약한 것이다.
시의 평균재정자립도는 53.7%, 군의 평균자립도는 23.8%밖에 안된다. 농어촌군은 태반이 20%미만이고 10%미만의 벽지군들도 허다하다. 2백36개 기초자치단체중 자체지방세세입으로는 공무원인건비충당도 못할 곳이 56%인 1백35개소나 된다.
이러한 재정상태속에서 개발·투자사업을 추진하자면 지자체는 공채발행이나 금융기관등에서 빚을 끌어 댈 수밖에 없다. 자칫 잘 못하면 재정파탄을 자초할 소지가 너무 많다.
그러나 현행지방자치법에는 이런 지자체를 도나 중앙에서 개입해 구제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 그래서 내무부는 부실기업에 대한 법정관리개념을 지자체에 도입, 재정파탄을 일으킨 민선단체장의 권한을 정지시키고 재정전문가를 파견해 수습하는 제도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취지가 그렇다면 이를 중앙정부가 지자체를 휘어잡으려는 간섭이나 통제라고만 볼 이유는 없다. 지자체가 정착된 미국의 여러 주에서도 이러한 제도를 이미 활용, 재정파탄을 일으킨 지자체를 수습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를 도입하자면 악용의 소지를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껄끄러운 지자체장을 밀어내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오해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 또 선거과정에서 패배한 반대세력이나 지자체장과 갈등을 빚는 지방의회가 장의 발목을 잡는 방법으로 악용될 수 없게 해야 한다.
그러자면 파산선고제청기준을 엄정하게 정해야 할 것이다. 파산판정도 내무부가 아니고 법원같은 제3의 기관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민선지방단체장의 권한정지를 할 만큼 중대한 파산판정이라면 무엇보다 공정해야하기 때문이다.
또 아무리 훌륭한 제도라도 추진하는 시기가 중요하다. 선거를 앞두고 공연한 오해의 씨앗을 뿌릴 것이 아니라 선거가 끝난후 충분한 시간을 두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공론화과정을 밟아 추진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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