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셈달라 합의서 진통/「3당선언」해석 줄다리기… 일수세끝 타협북, 핵문제 회피 한·미·일공조 약화 노려
일본연립여당 대표단과 북한노동당은 92년 11월이후 중단된 국교정상화교섭의 재개에는 합의했으나 진통을 겪은 회담과정이나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합의서 내용등으로 볼때 향후 정부간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은 당초 연립여당측과 노동당 양측의 필요성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에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회담에 임하는 양측의 속셈이 드러나면서 합의서 작성까지는 진통을 거듭했다.
일본측에선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북한경수로 지원과 관련, 상당한 지원금을 내야하는 입장에서 돈만 내고 발언권이 없을 경우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서 어떻게든 대화의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 북한측도 경수로 문제에서 한미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일본과의 긴밀한 접촉을 통해 한미일 3국의 결속을 약화시켜야겠다는 속셈을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28일 열린 제1차 회담에서 양측은 2년5개월간 중단돼온 국교교섭의 재개를 양국정부에 촉구키로 손쉽게 합의했다. 그러나 「전제조건 없는 국교정상화교섭」에 대한 양측의 해석이 달라 29일 시작된 실무자회의에선 4당간의 합의서에 담을 내용을 놓고 줄다리기를 거듭, 대표단이 귀국시간을 늦추어서야 간신히 타협에 도달했다.
북한측은 「과거와 전후의 보상」을 명기한 일본 자민·사회당과 북한노동당간의 90년 3당공동선언을 일본측이 인정할 것을 요구하며 이번 합의서에 「3당공동선언을 토대로 국교정상화 교섭이 시작된다」는 문안을 삽입하자고 주장했다. 또 정부간 교섭이 시작될때 북한의 핵문제나 KAL기 폭파범 김현희의 일본어교사인 이은혜 문제를 일본측이 거론하지않도록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3당공동선언을 「역사적 사실」로 취급, 사실상 보류한다는 방침을 세운 연립여당측은 『정부를 구속하는 약속을 할수가 없다』고 버티다가 결국 4당합의서 전문에 「90년 3당간에 채택된 공동선언에 의해 91년부터 국교정상화교섭이 진행됐다」로 표현하는데 동의했다.
이 표현에 대해 일본측은 새로 시작하는 국교교섭이 3당공동선언을 토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석할수 있고 북한측도 본문에서 「교섭의 재개」란 용어를 사용한 점을 들어 새로운 교섭을 과거 8차에 걸친 교섭의 연장선으로 이해할수도 있다.
또 교섭의 재개와 관련, 『어떠한 전제조건도 없다』고 한 것은 「이은혜 문제나 핵개발의혹등을 거론해서는 안된다」의미로 풀이될 수도 있으며 『자주적으로 쌍방이 독자적인 입장에서 교섭한다』는 표현은 「한·미·일 3국의 결속와해를 뜻하는 것」이란 주장도 가능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국교정상화 교섭이 재개될때 3당공동선언에 구속되지 않는 것은 물론 북핵문제나 이은혜문제도 의제로 취급할 방침이다. 따라서 이번 합의서가 정부간 협상에 어느정도 영향을 끼칠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방북단에 참여한 한 자민당의원이 귀국후 『우리가 북한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해 일본측이 북한측의 전략에 말렸음을 간접 시인하고 있다.<도쿄=이재무 특파원>도쿄=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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