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북한을 방문했던 일본연립여당 대표단은 92년 11월에 중단된 국교정상화회담 재개라는 「불확실한 성과」를 안고 30일 귀국했다. 회담재개는 사실상 떠나기 전에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지만 북한의 한국형 경수로 수용여부를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때라 연립여당의 방북결과는 앞으로 한반도 정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연립 3당과 북한 노동당은 ▲양국간의 불행한 과거를 청산, 정상화의 조기 실현에 노력하고 ▲대화와 교섭에는 어떤 전제조건도 달지 않으며 ▲자주적 독자적 입장에서 교섭한다는등 회담재개에만 초점을 맞춘 합의서를 채택했다.
이같은 예정된 방북성과는 회담을 열고 보자는 양측의 속셈이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국제적인 고립을 탈피하고 일본의 경제협력을 끌어내는 한편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한·미·일의 협조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회담재개가 필요했다. 일본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대한 자금제공에 앞서 일본의 이익보호를 위해서라도 북한과 대화채널을 가져야 한다는 초조함이 있었다.
이같은 속사정은 양측이 말썽의 소지가 있는 김현희의 일본어교사인 이은혜 문제와 북한의 핵의혹 및 「전후 45년의 손실도 보상한다」는 90년의 자민·사회당과 북한 노동당과의 3당선언 처리문제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한채 회담재개만 서두른 것이 확연한 합의문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양측의 국교정상화 회담만 본다면 앞날이 그렇게 밝다고 할 수 없지만 애매모호한 합의문의 해석여하에 따라서는 한반도 정세에 미묘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우선 「대화와 교섭에는 어떤 전제조건도 달지 않는다」는 조항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엔 이은혜문제와 북한의 핵의혹문제는 국교정상화 회담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다. 그럼에도 이 조항을 합의해 줌으로써 일본은 스스로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고 북한이 핵문제등에서 이를 악용해 한·미·일의 공조체제를 깨려 할 수 있는 빌미를 마련해 주었다고 할 것이다.
「독자적 자주적으로 교섭한다」는 조항도 그렇다. 북한이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 이 조항은 남북대화나 경제개방등을 상대방에게 요구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짙게 암시하고 있다. 이것은 그동안 한·미·일 3국이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해온 것인데 북한은 사전에 이를 봉쇄하기 위해 이같은 조항삽입을 요청했고, 이를 간단히 받아들인 일본측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이번 방북이 미친 영향은 양측의 국교정상화 회담과정에서 드러나겠지만 일본은 이번 연립여당의 북한 나들이가 한반도평화나 한·미·일의 협조체제를 해치지 않도록 유의하고 북한과의 이번 회담 결과를 한국정부에 상세히 전달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