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민자당당사 4층에는 「시도지사후보 신청서 교부 및 접수처」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후보등록마감 하루전인 30일 하루내내 이 사무실은 너무도 조용했다. 신청서를 내는 사람은 「가뭄에 콩나듯」드물었다. 같은 당사안임에도 불구, 6층의 김덕룡 사무총장방은 분위기가 영 딴판이다. 하루종일 방문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을 모두 김총장이 청한 것도 아니다. 이처럼 공개신청장소는 텅 비어 있고 핵심당직자 사무실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상황이 민자당 경선의 현주소이다. 민자당이 당초 광역단체장후보를 경선으로 뽑겠다고 나섰을 때 많은 국민이 우려와 기대의 심정을 동시에 가졌었다. 『상의하달식 의사결정구조에 익숙해져 있는 여권의 생리상 경선이 잘 될까』하는 걱정속에서 『그래도 우리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해볼만한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 민자당은…』이라는 「회의론」으로 귀착돼 가고 있다. 당지도부의 경선의지는 점점 퇴색되고 있고 이에 맞춰 경선희망자들은 「자진해서」 출마를 포기하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제주지사후보로 유력했던 신구범 전제주지사는 사퇴과정에서 「외압시비」까지 불러 일으키고 있다. 또 여권내부에서는 『C, K씨등 민주계출신인사들이 자신의 지역에서 경선이 이뤄지지 않도록 로비를 하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민정계지구당위원장들의 지지를 얻을 자신이 없다는 이유에서이다.
당초 당일각의 반대에도 불구, 경선을 강력히 주장해 관철시켰던 여권핵심부인사들은 이같은 사태를 당의 개혁의지가 미흡한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이런 시각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혼자서 앞서가는 개혁」과 「속도가 느리더라도 모두가 함께 가는 개혁」중 어느 것이 더 가치가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을 듯싶다.
민자당의 경선의지가 퇴색되는 것을 보고 적지않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차라리 말이나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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