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민운동은“삶의일부”/4,500여 단체 1,833만 회원… 꾸준히 집회활동 일요일이던 지난달 12일 상오 9시 30분 도쿄(동경) 근교의 지바(천엽)현 JR (일본철도) 시모사간자키(하총신기)역앞. 도시락과 물통등을 든 남녀 20여명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간편한 운동화차림에 점퍼를 걸쳐입은 이들은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곧 대열을 형성, 296호 국도를 도보행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환경보호 시민단체의 18번째 행군이었다.
2백70에 이르는 수도권 환상(환상)도로(정식명칭·수도권중앙연락자동차도로)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모임이 결성된 것은 지난해 9월. 건설성이 수도권 교통체증을 완화하기 위해 도쿄와 도쿄를 둘러싼 이바라기―지바―사이타마(기옥)―가나가와(신나천)현을 잇는 자동차도로를 2000년대 초반까지 완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 계기였다.
이 도로가 국립공원인 다카오(고미)산과 이바라기현의 조류 서식지등을 통과하게 돼 지역환경을 크게 훼손·오염시킬 것을 우려한 시민들이 반대운동에 나선 것이다. 도쿄 농대의 혼마 마고토(본간신)교수를 대표로 한 「공해·지구환경문제간담회」가 결성됐고 건설예정인 도로를 따라 행진하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한다는 운동계획도 세워졌다.
매주 일요일 시민들이 모여 10∼20가량씩 행진, 30회에 걸쳐 도로건설 예정구간 전체를 주파한다는 계획이었다. 운동에 공감을 하는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참가비는 5백엔으로 도시락 물통 우비등은 각자 지참하는 것이 원칙이다.
지난해 9월 11일 첫 행진이 시작됐다. 50여명의 시민이 모여 요코하마의 JR 코난다이(항남태)역을 출발, 8를 도보행군했다. 이후 태풍이 불거나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을 제외하고는 매주 일요일마다 행군을 계속, 현재 절반이 넘는 1백50를 주파했다. 이 모임은 회원들에게 운동의 성과와 결과를 알리는 소식지도 발간, 홍보효과를 높이고있다.
일본의 시민운동은 이처럼 일회성이 아니라는 데 가장 큰 특징이 있다. 소비자보호운동, 환경운동, 자원봉사활동등 모든 시민운동이 마찬가지다. 비록 소수인원이 모이더라도 지속적으로 운동을 계속해 나간다.
처음에는 3∼4명으로 시작해 공감대를 넓혀나가면서 수백명의 지지자를 이끌어내는 모임도 적지않다. 전시효과를 노리고 겉치레의 대형집회를 여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일본의 전쟁책임을 반성하는 모임」 「공해식품을 추방하는 모임」등 소규모의 시민들이 관심분야를 선정, 지역을 중심으로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보통이다.
경제기획청의 93년 통계에 의하면 일본의 시민운동단체는 4천5백60개로 회원은 모두 1천8백33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중에서 지구의 환경공해 및 에너지문제등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환경단체」가 8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92년까지만 해도 식품의 안전성과 식생활의 건강문제등을 생각하는 소비자운동단체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최근들어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시민운동의 방향이 점차 미래지향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있다.
또 65세이상의 노인이 전인구의 13%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문제를 다루는 시민단체도 점점 증가추세에 있다.<도쿄=이창민 특파원>도쿄=이창민>
◎일인 봉사활동 어떻게하나/사회복지단체 중심 어려서부터 실천/직장인들 특별휴가신청 참여하기도
일본인들에 있어 봉사활동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일상사처럼 되어 있다.
도쿄(동경) 중심부 간다(신전)에 있는 대형서점 산세이도(삼성당) 의 신간서적대에는 봉사활동을 다룬 책이 언제나 몇권은 진열돼 있다. 출판왕국 일본에서, 그것도 대표적인 서점의 신간코너에 이런 책이 빠지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봉사활동이 생활화돼 있음을 나타낸다.
최근 이곳을 찾았을 때 우선 눈에 띄는 책은 「최초의 자원봉사―혼자서도 가능하다」라는 것과 「실천 시민자원봉사활동 가이드」라는 신간이었다.
「최초의 자원봉사」는 「조그만 일부터 시작하는 자원봉사 입문서」라는 소개와 함께 지구환경, 자연보호, 교육, 재생(리사이클)등 20개 분야의 자원봉사활동 방법 60가지를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고, 「실천 시민자원봉사활동 가이드」는 직접 참여할 수 있는 8백여개 봉사단체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봉사활동 경력이 대학입시등에 반영되고 회사원이 유급휴가를 받아 자원봉사에 나선다는 것이 일본에서는 더 이상 「뉴스」가 되지 못한다.
이런 일본에서 자원봉사가 얼마나 생활화돼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간저축제도」가 있다. 봉사활동에 쓰인 시간을 「저축」해 앞으로 필요한 때에 그 시간을 예금을 인출하듯이 빼내어 쓸 수 있는 제도다. 예를 들어 노령자 및 환자 간호등 봉사활동에 소요된 시간을 저축해 두었다가 자신이나 가족이 필요한 때 그 시간만큼 간호등 봉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고령화및 핵가족화가 심화돼 가는 사회현상과 봉사활동의 생활화가 맞물려 탄생시킨 일본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주로 사회복지단체가 운영하는 이 제도는 현재 도쿄를 중심으로 확산돼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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