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시사만화가 루리의 만화 한 컷은 북핵문제를 보는 미국인들의 시각을 단적으로 대변해준다. 그의 만화에는 김정일(북한)이 핵에 중독된 중증환자로, 클린턴(미국)이 의사로 등장한다. 의사는 특효약을 들고 있고 약병에는 「한국제」라고 써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다 죽어가는 환자가 약병에 붙은 한국제 브랜드를 가리키며 의사의 투약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 약은 환자와 같은 핏줄인 한국의 제약회사에서 제조한 것이다. 약품의 이름은 물론 「한국형 경수로」. 이런 「병실풍경」을 지켜보는 미국인들의 심사는 어리둥절하다.
필사적으로「한국형」을 거부하는 북한이라는 환자에 아우가 고집을 피우다 죽어도 어쩔수 없다며 한국형 상표는 떼낼수 없다는 한국의 완강함. 고집불통인 아우를 책망하는 미국인들이 대부분이지만, 그의 형님이 과연 죽어가는 아우를 살려내고 싶은 의사가 있는지를 궁금해하는 미국인들도 더러는 있다.
보통 미국인들에게는 한반도의 핵문제같은 수수께끼도 드물다. 올해초부터 지금까지 워싱턴에서는 무려 30여차례의 북핵관련 세미나와 브리핑등이 열렸다. 정부기관이나 학술단체가 몰려 있는 워싱턴이 세미나로 해가 뜨고 진다고하지만 한가지 이슈가 이 정도로 집중적인 조명을 받기도 드문 일이다. 미국의 정책담당자들이나 학자들의 머리속에 이번처럼 한국문제가 각인됐던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북핵문제의 해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수많은 공개토론을 거쳐 내려진 미국인들의 대체적인 결론은 『북한이 이제 그만큼 했으면 됐다』는 것이다. 더이상 계속 딴전을 피우다가는 북한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된 일부 미국인들마저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공은 평양쪽에 가있고 시간은 얼마 남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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