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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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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처음 과학의 소산이었다. 19세기말에 여러 나라에서 영화 발명이 시도되었다. 이 가운데 최초로 관객이 볼 수 있는 영화를 공개한 것은 1895년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였다. 1년늦게 에디슨도 발명에 성공했지만 결국 원조는 프랑스가 차지한 셈이다. 이렇게 따지면 올해가 세계영화 1백주년이 되는 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아카데미영화상은 화제의 산실이다.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고 명작의 경연이 치열하다. 금년에 영화 1백년이란 수식까지 내걸고 북치고 장구치고 야단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덩달아 아카데미상 수상작이라면 무조건 명작으로 꼽는다. 흥행성공의 보증수표처럼 여기는 것이다. ◆영화 1백년과 견주면 우리 영화의 시작도 늦지가 않다. 외국영화가 선을 보인 것은 1903년이고 1919년에 제작까지 했다. 본격적인 극영화가 만들어진 것은 1923년으로 윤백남감독의 「월하의 맹세」가 그것이다. 초기엔 일본자본에 의지했지만 그 후 민족자본도 영화에 가세했다. 하지만 산업화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말았다. ◆예술과 자본, 그리고 과학이 영화산업의 3대 기축이다. 오늘의 한국영화는 이 세가지 모두가 빈곤하다. 새로운 영상매체의 발달로 대기업이 영화산업에 관심을 돌리고 있지만 아직은 미미할 뿐이다. 예술이란 측면에선 영화인들의 분발이 눈에 띌만하나 자본과 과학의 뒷받침이 허약하다. 특히 미국의 영화가 과학의 힘을 빌려 기법이 다양해지는 데 비해 우리는 낙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의 나라 영화잔치에 그냥 흥분하고 관심을 쏟을 때가 아닌 것같다. 외국영상의 지배를 벗어나고 이기는 길은 자본과 과학에 달렸다고 한들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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