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점마다 계산대 바로 앞에 진열돼 있는 책들은 대개 몇가지 특징이 있다. 셈을 치르기 직전에 고르는 것이므로 우선 부담이 없어야 한다. 값도 값이지만 내용도 무겁지 않은 것이라야 한다. 그러면서도 스테디 셀러 반열에 올라 있거나 한창 잘 팔리는 책이거나 둘중 하나는 돼야 한다. 「뉴티즘스(NEWTISMS)」와「검피즘스(GUMPISMS)」. 웬만한 서점의 계산대 앞 진열대에는 다 올라있는 이 포켓용 책들은 요즘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두 남자, 뉴트(NEWT) 깅리치와 포레스트 검프(GUMP)의 어록집이다.
뉴트 깅리치는 미국 하원의장이고, 포레스트 검프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가장 높은 흥행실적을 올린 영화의 주인공이다.
두 사람의 어록집이 나란히 진열대에 올라있는 현실은 다의적이다. 현실정치인 깅리치와 가공인물 검프는 어느모로 보나 격이 맞지 않지만 최근 열풍처럼 불고있는 미국인들의 복고정서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깅리치는 보수주의의 대변자로서 민주당 침몰과 공화당 재기를 이끈 장본인이다. 그가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이유는 현학적인 수사와 골치아픈 이론에 능해서가 아니라 보통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쉽고 통렬한 말을 적재적소에 구사하기 때문이다. 한눈 팔지 않고 노력해 억만장자가 되는 검프는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본주의적 가치관을 웅변해 주는 인물이다.
생각만 올바르면 머리 좀 모자란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으며 누가 뭐라든 자기 일에만 충실하면 「복이 곧 네 것」이라는 복음의 전파사다.
미국인들이 깅리치와 검프에게 매혹당하는 이유는 그리운 옛날에 대한 향수때문이다. 그리고 그 향수에는 역사학교수출신으로 똑똑하고 말 잘하기로 유명한 깅리치와 지능지수가 떨어지고 말도 어눌한 반편이 검프를 일란성으로 만드는 기묘한 뒤틀림이 있다.<뉴욕=홍희곤 특파원>뉴욕=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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