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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융사 J·P·모건 신용분석가 신순규씨(코리아 코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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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융사 J·P·모건 신용분석가 신순규씨(코리아 코리안)

입력
1995.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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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으로 월가벽 넘었다/15세때 홀로도미… 고교2년간 학생회장/MIT입학후 다음해 하버드의대로 옮겨/의사자격요건 안돼 졸업후 다시 MIT로월 스트리트에서도 최고 투자금융회사의 하나로 꼽히는 J.P.모건의 국제신용연구분석가 신순규(신순규·28)씨는 시각장애인이다. 신씨가 하는 일은 융자대상 업체중 컴퓨터와 반도체등 첨단산업회사의 신용도를 조사하는 것이다. 그가 매기는 등급에 따라 융자여부·융자규모·이자율등이 결정된다.  신씨는 J.P. 모건뿐 아니라 월가 전체를 통틀어 시각장애인으로선 거의 유일한 정식직원이다. 인턴사원으로 근무한 시각장애인은 이전에도 종종 있었으나 신씨처럼 공식 채용된 전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더구나 그는 3개월간의 인턴과정을 거치면서 회사로부터 이미 능력을「검증」받았다.

○9세때 두눈 시력 잃어

 신씨는 76년 아홉살의 나이에 녹내장과 망막 박리로 두 눈의 시력을 차례로 잃었다. 수차례 수술이 반복됐지만 허사였다. 신씨는 같은 해 서울국립맹아학교에 입학했다. 당시 서울에 사는 대부분의 학교친구들은 집에서 학교를 다녔지만 그는 기숙사에 들어갔다. 언젠가는 혼자 살아야 되고 그러자면 어릴 때부터 자립심을 길러야 한다는 부모의 생각에서였다.

 신씨는 입학후 피아노를 배우면서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다. 그 자신 「일생의 기회」라고 말하는 미국행도 피아노를 통해 열렸다. 81년 연합세계선교회 맹인 4중창단의 반주자로 선발돼 미주지역 순회공연을 할 때였다. 필라델피아 오버브룩 맹인학교 교장이 그의 피아노 솜씨에 매료돼 전액 장학금 입학을 제의해왔다.  이듬해 단신으로 미국으로 건너왔다. 당돌한 15세의 독립심과 부모의 용단이 합쳐진 결과였다. 하지만 오버브룩 맹인학교 생활은 그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공부를 하고 싶었으나 이 학교의 교과과정은 그의 열망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시 선택의 순간이 왔다. 83년 여름방학때였다. 학교가 쉴 때면 그를 돌보아주던 데이비드 오머셔씨와 장래문제를 상의했다. 오머셔씨는 신씨의 미국순회공연을 주선했던 플릿크로프트 목사와 절친한 사이였다. 오머셔씨는 흔쾌히 자신의 집으로 거처를 옮길 것을 제의했다.

 같은 해 9월 오머셔씨 집 근처의 일반학교인 키타티니 고등학교로 옮겼다. 개교이래 첫 맹인 입학생이었다. 신씨는 마음껏 키타티니의 바다를 헤엄쳤다. 공부뿐 아니라 뮤지컬 연출등 과외활동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2년간 학생회장을 역임했고 2백50명의 졸업생중 5등으로 졸업했다. 졸업후 심리학전공으로 MIT에 입학한 신씨는 다음해 하버드 의대로 적을 옮겼다.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정신과의사란 직업에 매력을 느낀 때문이었다.

○경영대학원서 박사과정

 그러나 예상치 못한 벽에 부닥쳤다. 미국의과대학협회가 설정한 의사자격요건은 사실상 시각장애자를 배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사회심리학쪽으로 방향을 바꿨고 하버드졸업후에는 다시 MIT로 돌아왔다. 경영대학원에서 조직학으로 박사과정을 밟았다.

 ○안내견 명예졸업잘 받아

그는 하버드대 졸업에 남다른 감회를 느끼고 있다. 거의 3년동안 학교생활을 함께 한 안내견 「지기」가 졸업식장에서 명예졸업장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91년 지기가 교통사고로 숨졌을 때는 가족을 잃은 것보다 더한 슬픔과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J.P. 모건과의 인연은 박사논문 작성을 위한 현장 스터디가 계기가 됐다. 신씨는 『맹인으로서 못해본 게 없다』고 말한다. 누군가가 『이건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하면 오기로라도 했다. 등산은 물론 양궁과 스키까지 했다. 그는 아파트에서 안내견과 단 둘이 산다. 요리와 빨래도 직접 한다. 뉴욕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한다. 그의 작은 소망은 착한 배우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끌어 가는 평범한 생활이다. 그에게 시각장애는 그저 자그마한 불편일 뿐이다.<뉴욕지사=연창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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