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 「판관 포청천」 역사는 현실을 해석할 수 있는 교과서이다. 과거를 거울삼아 현실을 바로 잡고 미래의 방향을 생각한다.
TV에 사극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장녹수」 「장희빈」등 우리 사극은 지나치게 궁중야사나 치맛바람 얘기에 매달리고 있다.
오히려 우리에게 거울이 되고 있는 프로그램은 타이완의 사극이다. 「판관 포청천」(KBS 2TV)은 중국 송나라때의 실존인물들을 내세워 시대를 초월한 천륜과 인륜의 도를 깨우쳐 준다.
포청천이 개봉부에서 큰 작두로 잘라버리고자 하는 것들은 불효와 불충과 탐욕과 부패와 불의이고, 그가 세우고자 하는 것은 사회정의와 살기 좋은 나라이다.
왕족, 권력자라도 예외일 수 없는 엄격한 개봉부의 독자성은 오늘의 사법, 감찰의 독립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방영중인 「내궁비화」에서 모함으로 파면당해 낙향하면서 낡은 가구를 판 돈 액수가 상징하듯, 그의 청빈함은 모두가 간절히 바라면서도 실현이 어려운 것이어서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SBS의 「칠협오의」의 경박한 분위기와는 달리 「판관 포청천」은 중국의 풍부한 에피소드와 박진감 넘치는 구성으로 폭넓은 공감대를 이끌어 낸다.
이따금 벌어지는 바람을 가르는 듯한 전조의 무술도 황당하게 남발되기 보다는 정의와 인명을 지키는데 쓰여 아름답다. 악인의 끝없는 술수가 보는 이로 하여금 『반드시 죄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는 감정을 증폭시켜 어렵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포청천의 집념에 동의하는지도 모른다.
「판관 포청천」의 가장 큰 매력은 극중 인물에 있을 것이다. 인자하면서도 공사를 분명히 하는 포청천과 인을 중시하는 공손책, 하찮은 백성의 위험도 외면하지 않으면서 누구 앞에서도 당당한 용장 전조는 잃어버린 대장부상을 되살려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 TV 사극에서 흔히 남자가 음모나 꾸미고 출세를 위해 여인에게 아부하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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