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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국형」거부“벼랑끝 전술”/또 성과없이 끝난/북·미 경수로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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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국형」거부“벼랑끝 전술”/또 성과없이 끝난/북·미 경수로협상

입력
1995.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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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위협→제재」긴장 재연 우려/고위급 만남 타결모색 소지도 북한과 미국은 27일 베를린에서 3일째 경수로 협상을 벌였으나 노형선정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벽에 부닥쳐 아무런 진전도 보지못하고 결국 회담을 종료하고 말았다. 이에따라 양측은 서로가 준비해온 경수로협정초안에 대한 보따리를 거의 풀어보지도 못한채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됐다. 예정보다 이틀앞서 회담이 조기 종료된 것은 한국형 경수로 채택문제를 둘러싼 서로의 입장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같은 결과는 회담이 열리기전부터 예상돼 왔던 것이지만 앞으로 경수로 협상을 둘러싸고 양측이 넘어야 할 산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전문가 회의는 『한국 주도의 경수로 건설을 강요하는 것은 제네바 기본합의에 어긋난다』는 북한의 주장과 『현실적으로 한국형 외에는 대안이 있을 수 없다』는 미국의 설득이 접점을 찾지 못해 처음부터 공전에 빠졌다.

 북한은 예의 「벼랑끝 전술」을 되풀이했다. 북한은 지난해 제네바 합의에 명시된 6개월 후 시점인 4월21일까지 경수로 공급협정이 체결되지 못하면 당시 합의의 핵심사항인 핵동결을 파기할 수 있으며 이는 전적으로 미국의 책임이라는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대해 미국은 4월21일을 「시한」이 아닌 「목표」의 개념으로 해석하면서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았다. 미국은 북한이 시한을 강조하는 것은 위기상황을 조성함으로써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려는 전술로 판단, 북한이 실제로 핵동결을 파기한다면 「갈 길을 갈 수밖에 없다」는 경고로 대응했다. 갈 길이란 물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이다.

 북한은 경수로 선정에 있어서 한국형이라는 명칭은 물론 그 실체에서도 한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강경하게 주장했다. 북한은 그들이 제시한 경수로 공급협정 초안에서 미국기업이 주계약자로 설계와 시공은 물론 건설후 성능까지 책임지는 「미국형」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이 이를 거부하자 즉석에서 러시아형으로 번복하는등 노형에 대해 일관된 태도를 보이지 못했다. 이를 일단 한국형만 아니면 어떤 노형이든 상관없다는 의사로 해석해도 되는지는 불확실하나 아무튼 한국형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만은 분명해 보인다.

 양측은 후속회담의 개최여부에 대해 일정을 합의하지는 않았으나 앞으로 물밑외교채널을 통해 회담개최시기 및 회담형식을 논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후속회담이 재개되지 못하면 북한이 핵활동재개 위협의 강도를 높이고 이에 미국의 제재경고가 이어지면서 북한의 「불바다」협박이 한반도를 다시 긴장국면으로 모는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극한상황은 보다 고위급 선에서 정치적 타개를 모색하는 동기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제네바 고위급회담의 수석대표였던 강석주 북한외교부 부부장과 갈루치 미핵대사가 4월중순께 다시 만날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협상주체로 삼고 있는 미국이 이같은 고위급 회담을 나서서 적극적으로 제의하기에는 입장이 곤란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먼저 제의해 올 경우 한미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예상하기 이른 단계이다.

 일요일인 26일 열린 양측의 이틀째 회담은 북한측 준비가 안돼 예정보다 30분 늦게 열렸다. 이날부터 유럽전역에 서머타임이 시작된 것을 북한측이 몰랐기 때문에 빚어진 촌극이었다. 북한이 기본적인 국제사회의 사정에 꽉 막힌 것처럼 회담도 꽉 막혀있다.<베를린=한기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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