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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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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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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북동 비둘기」가 둥지를 잃은게 벌써 옛날이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사람과 같이 사랑하고/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이제 산도 잃고 사랑도 잃고/사랑과 평화의 사상조차/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김광섭 시인은 갈 곳 없는 비둘기의 슬픔을 애절하게 그렸다.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는 사랑도 뜨겁다. 암수 사이에 금실이 끔찍하게 좋아 과수댁은 기르기를 꺼린다는 옛 이야기가 있다. 울음소리부터 은은한 정이 흐른다. 새 가운데 사람과 가장 가깝다. 먹이를 주면 모여드는 친근성이 저절로 온화함을 느끼게 한다. 거리의 비둘기는 도시의 위안이다.◆쫓기는 새가 된 비둘기의 안식처가 서울시청에 있음은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그러나 다행중 불행한 소식이 들린다. 시청 주변의 비둘기 허파에서 많은 양의 납성분이 검출 되었다는 것―. 대기오염이 심한 외국도시에서도 있는 현상이지만 서울 외곽 성남의 비둘기와 비교해도 검출량이 심하다. ◆이대로라면 쫓기는 신세에서 시들어 가는 신세로 변할 날이 멀지 않을 것만 같다. 납성분이 얼마나 해로운가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새삼 대기가스의 위협이 심각함을 알게 된다. 자연을 파괴당하는 생태계는 생명을 유지하기에도 허덕여야 한다. 사람이 예외일수가 없다. ◆녹색운동이 생명운동이라는 말을 뼈에 닿게 실감한다. 짐승과 새가 못살 도시란 생각만해도 무섭고 삭막하다. 생명은 자연의 합창이다. 어느 구석에서 비명소리가 난다면 그것은 곧 생명의 위험신호와 같다. 비둘기가 없는 서울은 상상하기조차 싫다. 시청의 비둘기가 바로 서울의 찬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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