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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시장 시한폭탄/“아파트 불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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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시장 시한폭탄/“아파트 불황”

입력
1995.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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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10만6천호… 잠자는돈 5조상회/건설업체들 “신음”… 경제전체 악영향우려 많이 짓는데 팔리지는 않는 「아파트불황」이 자금시장을 크게 어지럽힐 수 있는 복병으로 지목되고 있다. 올해초 발생한 통화팽창과 고금리의 불안정터널을 겨우 빠져나온 자금시장이 아파트 탓에 또 한차례 홍역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파트불황은 판매불황을 말한다. 아파트건설경기는 여전히 좋다. 그러나 판매경기는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건설경기는 좋은데 판매경기는 나쁜 이러한 불균형이 문제를 더욱 키워가고 있다.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는 2월말현재 10만6천여가구에 달한다. 미분양 아파트를 한곳에 모으면 9만4천여가구인 분당보다도 더 큰 아파트도시가 형성되는데 모두 텅 비어 있는 것이다. 비어 있는 이 「아파트도시」가 자금측면에서 보면 자금시장의 시한폭탄이다. 잘못 건드리면 폭발할 정도의 위험을 지니고 있다. 1채당 5천만원정도가 묶인다고 할 경우 최소한 5조원의 돈이 분양되지 않은 아파트에 잠겨 있다. 건설업계는 공식집계이외분까지 합쳐 미분양주택을 모두 15만가구로 추정, 1채당 7천만원이 묶인다고 보고 10조원의 돈이 잠겨 있다고 주장한다.

 빈 아파트도시의 위력은 대단하다. 자금시장 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를 좌우할 수도 있다. 아파트불황―건설업체 부도―자금시장 혼란―안정기조 와해등의 구도를 밟을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증시를 시끄럽게 한 건설업체 부도설은 차츰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상이 됐던 기업들은 그래도 대형업체들이라서 낫다. 중소형업체들의 자금난은 기조적으로 심각하다. 부도로 쓰러진 덕산그룹도 아파트 미분양의 덫에 걸렸다. 많은 업체들이 미분양의 덫 때문에 신음하고 있다. 금융기관들도 내부적으로 이를 인식, 업체대표들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등의 방식으로 자금사정을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 5조원이상의 돈이 묶여 있으니 자금사정이 좋을 리가 없다.

 최근 시중자금시장은 통화계수도 낮아지고 금리도 수그러들어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일한 교란요인이 바로 아파트 미분양이다. 건설업체의 수는 지난 90년말 5천4백여개에서 지난해말에는 1만7천4백여개로 4년사이에 1만2천개가 늘었다. 정부의 신도시건설 바람을 타고 너도나도 건설업에 뛰어들어 군소업체들이 대거 늘어났다. 아파트 공급은 계속 느는데 수요는 부동산실명제의 시행등으로 위축돼 팔리지 않고 있다. 업체들이 정부당국에 자금지원호소등 강도높은 진정서를 내고 있는 것도 이들 업체들이 겪는 어려움과 아울러 아파트불황이 몰고올 파문의 잠재적 크기를 말해준다. 5조원이상의 돈을 재고품에 묻어두는 것은 수습이 잘 된다고 하더라도 국가경제적으로 낭비다.

 재정경제원이나 건설교통부등 정부당국은 아파트불황이 건설업체나 자금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다소 과소평가하고 있다. 아파트불황을 건설업체에 국한된 부분적이고 지엽적인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 아파트불황이 자칫 점진적인 공급축소나 수요확대에 의해 해결되지 않고 단절적인 부도로 처리될 때 그 부작용은 경제전체가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부도난 덕산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원건설은 상징적 사건이다.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홍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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