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 용어 처음사용/역사·사회학 개념도입/과학발전 변증법적 해석 과학자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이론, 법칙, 가치관등을 뜻하는 「패러다임」(PARADIGM)은 이제 더이상 낯선 학문용어가 아니다.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패러다임이 다르다』등 「인식의 전환, 세계관의 변화」를 이야기할 때면 으레 튀어나오는 말이 됐을 정도다.
패러다임은 미국의 과학사학자·과학철학자인 토머스 쿤(1922∼)이 「과학혁명의 구조」(1962년 출간)에서 처음 썼다. 「쿤 혁명」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그의 과학관의 중심개념이 바로 패러다임이다.
쿤은 이 책에서 자신이 만들어 낸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을 활용해 『과학발전은 혁명적인 것이지 이전의 과학지식이 쌓여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정치제도가 거기서 파생하는 문제들을 해결 할 수 없을 때 혁명이 일어나듯 과학에서도 혁명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를 받아들인다면 과학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과학이 새 과학에 의해 대치되는 과학혁명의 구조를 밝혀야만 한다. 여기에서 과학혁명은 낡은 패러다임의 개선이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의 채택을 뜻한다.
쿤은 과학발전의 역사를 변증법적 과정으로 해석한다. 「과학혁명―새로운 패러다임을 갖는 정상과학의 전통수립―변칙성의 출현 및 정상과학의 위기―과학혁명」의 궤도를 밟는다는 것이다.
패러다임이 확립되기까지는 여러 학설이 어지럽게 존재한다. 일단 패러다임이 확립되면 난맥상이 정리되는 등 정상과학이 자리를 잡는다. 그러나 어느 단계에서 정상과학에 어긋나는 변칙성이 생기고 정상과학에 위기가 닥친다.
변칙성을 좀더 잘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타나고 낡은 패러다임과 경쟁이 벌어진다. 낡은 과학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상과학이 이루어진다.
「과학혁명의 구조」는 과학사및 과학철학의 범주를 넘어 인문·사회과학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영향을 미쳤다. 역사를 무시하고 논리만 고집하던 과학철학의 궤도를 바꾸었고 과학의 사회학적 연구가 중요함을 깨닫게 했다. 20세기 지성사에 획기적 이정표를 세운 현대의 고전으로 평가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최성욱 기자>최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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