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예술대상은 한해동안 우리 대중문화예술이 이룩한 업적을 엄정하게 평가하고 표창함으로써 이 분야를 고무시키는 큰 역할을 해왔다. 23일 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대상과 작품상을 차지한 연극·영화·TV 드라마는 지난 1년간 우리 예술인들이 흘린 땀의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 대중예술을 한 차원 높이는데 기여한 대상 수상자와 작품상 수상작, 그리고 시상식 풍경등을 소개한다.【편집자주】◎TV부문 대상·작품상/SBS드라마 「모래시계」/파격소재 탁월한 구성·영상미 “예견된 일”
SBS 특별기획 드라마 「모래시계」(송지나 극본, 김종학 연출)의 대상과 작품상 동시수상은 예견된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올초 「귀가시계」라는 별명을 얻으며 방영된 이 드라마는 평일 방송된 드라마로는 최고의 시청률(최고치 64.5%)을 기록하는등 갖가지 화제와 함께 우리 TV드라마 전반에 걸쳐 많은 의미를 남겼다.
우선 이 드라마는 소재의 영역을 확대했다. 아물지 않은 상처인 광주 민주화운동과 삼청교육대등 지금까지 금기처럼 여겨지기도 했던 부분들을 정면으로 다루었고, 또한 폭력세계와 법조계를 치밀하고 박진감있게 드라마에 끌어들였다.
흥미롭게 펼쳐진 스토리, 함축성 있는 대사, 과감한 촬영, 작품속에 녹아든 음악, 뛰어난 영상미등이 높이 평가됐다.
연기자의 열연도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큰 몫을 했다. 최민수 고현정 박상원 이정재 정성모등 연기자들은 드라마의 돌풍과 함께 최고 인기인으로서의 위치를 굳혔다.<권오현 기자>권오현>
◎영화부문 대상·작품상/「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원작 과감히 생략 재구성/정돈된 문제의식 호평
금년도 백상예술대상의 대상과 작품상, 감독상등을 휩쓴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정지영감독)는 할리우드영화와 함께 성장한 병석(최민수)과 명길(독고영재)등 두 남자의 엇갈린 삶을 그린 영화.
소설은 50·60년대 할리우드영화의 색인이라 할 만큼 방대한 분량의 영화명과 정보를 담고 있어 영화화에 어려움이 예상됐으나 과감한 생략과 플래시백, 에피소드의 연결등으로 재구성해 자칫 산만해지기 쉬운 내용을 일관되게 정리해냈다.
이 영화는 두 주인공의 20년에 걸친 우정과 미움을 한 축으로 하고 동시에 지난 시대에 우리의 문화, 사회풍속을 지배하다시피 했던 미국문화의 명암을 다른 한 축으로 하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감독의 일관된 문제의식과 선 굵은 연출이 돋보였다』고 평했다.<김경희 기자>김경희>
◎연극부문 대상/「비닐하우스」 무대미술 이학순/융통성없는 현대조직사회 미학적으로 표현
이례적으로 무대미술로 연극부문 대상을 받은 이학순(33)은 놀라워했다.
『예술가는 고민과 번뇌 속에 살아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이도 어리고 경력도 짧은데….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알겠습니다』
「비닐하우스」(오태석 작·이윤택 연출)는 삭막하고 융통성 없는 현대조직사회를 상징하고 있다. 그는 비닐하우스를 입체적으로 구성, 안정된 체제를 상징하는 미학적 효과와 돌발적 입·퇴장을 강조한 기능적 효과를 모두 살려냈다.
특히 비닐하우스의 천장을 무너뜨리고 그 위로 배우가 도망가는 장면은 체제의 붕괴를 효과적으로 나타냈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이탈리아 누오바 아카데미아에서 무대미술을 전공하고 40여편의 연극 무용 오페라의 무대를 맡아 왔다.<김희원 기자>김희원>
◎수상식 이모저모/각계원로 등 1,000여인사 “뜨거운 박수”
○…이날 시상식은 주돈식문화체육부장관과 원로연극인 김동원 백성희씨, 원로감독 유현목씨, 최불암(민자) 강부자(신민) 의원, 톱스타 강수연등 각계인사 1천여명이 장내를 가득 메운 가운데 진행됐다. 관객들은 수상자가 소개될 때마다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연극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무대미술가 이학순씨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무척 놀라면서도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까지 연극부문에서 기술상 부문의 수상자가 대상을 받기는 처음이기 때문.
○최명길 결혼축하인사 쇄도
○…배우 최명길은 전날 소설가 김한길씨와의 결혼발표 때문에 주위로부터 축하인사를 받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 그는 인사를 받을 때마다 쑥스런 표정을 지으며 감사하다고 대답. 그러나 김한길씨는 참석지 않아 사람들은 서운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정재자리에 카메라집중
○…카메라의 앵글은 단연 SBS 「모래시계」의 주인공들인 최민수 이정재등에 집중됐다. 방위병이면서 영화와 TV부문 신인연기상을 동시에 거머쥔 이정재는 같은 테이블에 앉은 최민수보다도 오랫동안 카메라 플래시를 받았다.
○…수상자 중에는 국악인 황병기씨, 예술의 전당 이종덕사장 등이 포함돼 있어 이 상이 종합예술상임을 실감케 했다. 황씨는 영화 「영원한 제국」의 음악을 맡아 영화부문 기술상을 수상했으며 이사장은 오태석연극제를 개최한 공로로 연극부문 특별상을 받았다.
○김종학 PD “노모에 영광을”
○…「모래시계」로 TV연출상을 수상한 김종학PD는 『드라마 방영 때마다 본인보다 더 마음을 졸인 84세의 노모에게 영광을 돌리겠다』고 말했고 영화부문 신인연기상의 정선경은 『부모님께 감사한다』고 울먹였다.
○…영화부문 대상과 작품상등을 수상한 「헐리우드키드의 생애」의 제작자인 안동규(영화세상 대표)씨는 『앞날을 걱정하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격려한 고교시절 은사의 말을 인용하며 씩씩하게 소감을 밝혀 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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