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치지구 해제 로비자신감 추정/위약땐 거액손해불구 「모험」의문 단국대가 학교부지중 풍치지구를 해제해 주는 조건으로 공시지가의 10배가 넘는 가격에 세경진흥(주)에 팔기로 매매약정을 한 것은 풍치지구 해제를 위한 로비에 자신을 갖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서울시를 상대로 한 로비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기업이 불확실한 기대이익을 계약금액에 모두 반영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단국대는 지난해 10월 체결한 매매약정서에서 교육부의 학교부지 처분승인을 받는대로 학교용지 및 풍치지구를 해제해 주기로 하고 이것이 불가능하게 되면 매매대금을 지체없이 반환하고 약정을 해제하기로 했다. 이는 서울시의 고유권한을 담보로 한 것이어서 단국대가 어떤 배경에서 이런 자신감을 가졌는지가 관심거리다.
특히 이 조건부 계약은 원칙적으로 단국대가 단독으로 이행할 수 없는 것이어서 계약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단국대가 정상적 거래를 할 생각이었다면 풍치지구 1만7천여평은 일단 계약에서 제외, 풍치지구가 해제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상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단국대가 엄청난 매매이익을 얻기 위해 건설업체와 위험한 거래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단국대측은 김학준 재단이사장이 최병렬 서울시장과의 친분을 이용해 풍치지구 해제를 도와달라는 로비에 성공할 것을 기대하고 위험한 조건부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최시장은 『단국대측이 왜 풍치지구해제라는 상식밖의 조건을 내걸게 됐는지는 모르며 다만 긍정적으로 검토하라는 지시는 했다』고 밝혔다. 김이사장의 거듭된 로비에 특별한 「언질」을 주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단국대측이 이 정도의 막연한 가능성을 믿고 조건부 매매계약을 맺었으리라고는 믿기 어렵다. 단국대로서는 풍치지구가 해제되지 않아 약정서 조건대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경우 풍치지구를 비싸게 팔아 얻은 1천억원대의 추가이득을 잃는 것은 물론 자칫 계약위반에 따른 위약금까지 물어야 할지도 모르는 형편이다.
단국대가 이처럼 납득하기 힘든 계약을 한 것은 1천7백억원에 이르는 재단 빚을 갚기 위한 모험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경기 용인으로 캠퍼스를 이전하는 계획마저 어렵게 될 지 모르는 모험을 무릅쓰는 무모한 거래를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역시 어딘가 믿는 데가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정진황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