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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명가후손 정회석 수궁가 완창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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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명가후손 정회석 수궁가 완창무대

입력
1995.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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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편제·서편제 특징조화 강산제 보성소리 만난다/핏줄에 밴 숙명의 소리/서울대국악과 대금전공/“선대명성 이어가겠다”/올32세 제3세대 소리꾼 국립국악원 판소리연습실. 작은 키에 마른 체구로 왜소해 보이는 한 청년이 겉모습과 다른 묵직한 중저음으로 판소리 수궁가를 열창하고 있다. 주위 사람들은 그의 소리를 들으며 감회어린 표정을 지었다. 『독특한 소리와 풍모가 아버지를 꼭 빼닮았다』는 탄성을 터뜨리면서….

 판소리 명가의 후손 정회석. 올해 32세. 종증조부 정재근으로부터 할아버지 정응민, 아버지 정권진으로 이어지는 그의 핏줄에는 소리가 숙명처럼 담겨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소리의 주변에서 맴돌았다. 서울대 음대 국악과에서 대금을 전공하고 대금, 타악기연주자로 86년부터 국립국악원에서 활동해 왔다. 그러던 그가 올해부터 『이제 판소리에 전념하겠다』며 제 길로 들어섰다. 당당히 「소리꾼」임을 선언한 것이다.

 그는 4월7일(금) 하오7시30분 국립국악원 소극장에서 판소리 수궁가를 완창한다. 국립국악원이 연중기획으로 마련한 95무형문화재 정기공연의 막을 여는 공연이기도 하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소리에 재능을 보인 「소리꾼」이었다. 집안에서 소리를 공기 마시듯 듣고 자라났다. 중학교 2학년때 전국 판소리경연대회, 3학년때는 춘향제 전국 판소리경연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 인간문화재였던 아버지 정권진과 명창 성우향을 일찌감치 사사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간간이 무대에 올라 판소리 몇 대목을 불러 찬사를 불러 일으켰다. 그가 판소리를 떠나 대금을 불고, 북을 칠 때 할아버지의 제자인 명창 조상현과 성창순등은 『소리에 전념해야 할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그의 소리는 강산제 보성소리로 분류된다. 서편제의 시조격인 박유전이 창시한 이 유파는 남성적이고 웅혼한 동편제와, 여성적이며 가락이 슬픈 서편제의 특징을 조화시키고 있다. 자신을 총애해주던 대원군이 몰락한 뒤 떠돌아 다니던 박유전을 전남 보성에 살던 정재근이 스승으로 삼아 소리를 배웠다. 강산제란 박유전의 호가 강산이라고 해서, 혹은 대원군이 박유전의 소리를 듣고 『네 소리가 제일강산』이라고 칭찬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회석의 할아버지 정응민은 강산제 보성소리를 완성하고 전수한 명창으로 조상현 성창순등 많은 제자를 배출했다.

 판소리계는 정회석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뚜렷한 제3세대 「소리꾼」이 없는 상황에서 그는 새로운 활력소임이 분명하다. 그가 보성소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판소리의 맥을 이어가는 동량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판소리는 넓고 큰 그 무엇이다. 그동안 내가 여러가지를 공부한 것은 그 길을 올바로 걷기 위해서였다』며 『아버님이 말씀하신 정심정음의 자세로 소리에 정진하겠다』고 말하고 있다.<김철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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